[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내 탓이오!"
내심 기대감이 컸던 경기에서 그야말로 '참담'하다고 할 수 있는 패배를 당했다. 지고 속 편한 사람이 없다지만, 이 정도면 울화통을 터트려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K리그2 충남아산 박동혁 감독은 침착하고 노련했다. 그는 패배 후에 되려 차분한 목소리로 선수들을 격려하며 패배의 원인을 '자신의 부족함'으로 돌렸다. 덕장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럴 수 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다. 선수들의 사기가 꺾여 깊은 침체기로 돌아설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충남아산은 지난 18일 홈구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2' 11라운드 홈경기에서 '충남 라이벌' 대전 하나시티즌에 0대3으로 완패했다. 이날 경기는 거칠었다. 전반과 후반에 각각 대전과 충남아산 선수 1명씩 퇴장 당하며 '10대10'으로 싸웠다. 그 와중에 충남아산은 전반에 2골, 후반에 1골을 허용하며 완패했다.
사실 경기 전까지 박 감독은 상당한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순위가 다소 아쉽지만,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나 자신감, 경기장에서의 퍼포먼스 등은 상위권 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은 (승리를) 기대해 볼 만 하다"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실제로 충남아산은 이 경기 전까지 8위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특히나 홈 3연전에서 무패(1승2무) 행진을 벌이며 경쟁력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무승부가 많아 승점을 누적하지 못해 중위권 밑에 있을 뿐, 언제든 중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전력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이날 패배로 이러한 감독의 기대는 무너지고 말았다. 충남아산은 이날 패배로 최근 6경기에서 1승(1승3무2패) 밖에 챙기지 못했다. 분위기나 퍼포먼스가 아무리 좋아도 결국 이기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사기'나 '자신감'은 무형의 자산이다. 자꾸만 승리에서 멀어지면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밖에 없다.
박 감독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것이다. 한 끗 차이로 승리를 놓치는 일이 반복되고, 그러다 대전전처럼 철저히 깨질 경우 선수들의 자신감은 사라지고, 깊은 패배감이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전체적인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 박 감독은 "오늘 패배로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내가 준비를 부족하게 한 탓이다"라고 말했다. 선수단 전체에 전하는 따뜻한 격려의 메시지였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