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안그래도 위기라고 난리인데, 치명적 오심으로 불난 집에 기름 부은 KBO.
심판도 사람이다. 때문에 매순간 100% 정확한 판정을 내리기는 힘들다. 하지만 납득하기 힘든 오심은 감싸기 힘들다. 특히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 팀의 역사적 순간이 될 수 있는 경기에서의 치명적 오심이라면 야구팬들이 더욱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는 개막 후 가장 중요한 경기였다. 개막 10연승 행진의 SSG. 1승만 더하면 40년 KBO리그 역사 최초의 개막 11연승 팀이 될 수 있었다. LG도 무조건 이겨야 했다. 그 기록의 제물이 될 수 없었다. 그것도 홈팬들 앞에서 말이다. 여기에 3연전 스윕을 당하면 SSG와의 선두 경쟁에서 초반부터 완전히 밀릴 수 있었다.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치명적 오심이 발생했다. SSG가 1-2로 밀리던 5회초 1사 1루 찬스. 최지훈의 1루쪽 땅볼 타구. LG 1루수 문보경이 라인 밖에서 공을 잡았는데, 이게 페어 판정이 나며 병살로 이닝이 종료돼버렸다. 이에 SSG 김원형 감독이 달려나와 항의를 했지만 상황은 바뀔 수 없었다.
그런데 중계 화면을 보면 타구가 파울 라인 밖에서 잡힌 게 명백했다. 물론, 이게 파울이 됐다고 SSG가 무조건 이긴다는 건 아니다. 최지훈이 무조건 살아나간다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이 타석 전까지 안타와 볼넷으로 100% 출루를 했고 다음 타석 안타까지 추가하는 등 최지훈의 감각이 매우 좋았다는 점, 5회라 LG 선발 아담 플럿코의 힘이 떨어지고 있던 점 등을 감안하면 SSG 입장에서는 두고두고 아쉬울 수밖에 없다. 최지훈이 출루해 1사 주자 2명이 있는 상태에서 최 정, 한유섬으로 찬스가 연결된다면 1점차를 뒤집는 건 순식간일 수 있었다.
하필 이날 경기장에는 허구연 KBO 총재와 허 운 KBO 심판위원장이 왔다. 이 장면을 두 베테랑 야구인이 직접 목격했다. KBO는 이전과 달리 빠른 상황 처리에 나섰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오심을 인정하며 1루심 문동균 심판을 2군으로 보낸 것이다.
그간 제 식구 감싸기로 지적을 받았던 KBO가 이런 조치를 한 건, 프로야구 위기가 심각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개막 전부터 허 신임 총재가 떨어진 인기에 우려를 나타내며, 팬들이 야구장을 찾아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지만 관중석은 텅 비어있다. 이날 SSG의 대기록이 세워질 가능성이 있는 경기에 모인 팬은 6500명 뿐이었다. 이도 홈 LG팬들이 80% 이상이었다. 키움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의 3연전이 열린 주중 고척돔은 관중 1000명 넘기기가 힘들었다.
이런 가운데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오심까지 나왔다. 개막 초반부터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KBO리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