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14일(이하 한국시각) 미네소타주 미니에폴리스 타겟필드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미디어의 관심은 온통 LA 다저스 선발 클레이튼 커쇼에 쏠렸다.
그가 7회까지 21타자를 완벽하게 틀어막는 퍼펙트 피칭을 펼친 뒤 투구수 80개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교체 시점 논란이 일기는 했어도 지난 겨울 팔 부상에서 벗어나 우여곡절 끝에 1년 1700만달러에 다저스 잔류를 선택한 그가 시즌 첫 등판서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는 점은 팀과 개인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날 커쇼의 직구 최고 구속은 91.8마일, 평균 89.9마일이었다. 이제는 90마일대 중반의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타자를 압도하며 사이영상을 휩쓸던 그 시절의 커쇼는 아니지만, 건강한 몸으로 뛰어난 제구와 관록의 경기운영을 보여준데 대해 다저스는 희망을 봤을 것이다.
이날 마운드에서 부활을 알린 선수가 커쇼였다면 타석에서는 코디 벨린저다. 시즌 첫 홈런과 타점을 뽑아냈기 때문이다. 그것도 결정적인 순간 가장 이상적인 타격으로 말이다.
다저스가 3-0으로 앞선 8회초.
1사후 4번째 타석에 들어선 벨린저는 우완 데릭 로드리게스의 초구 92.7마일 포심 직구가 바깥쪽에서 가운데로 살짝 몰리자 가볍게 걷어올려 가운데 담장을 라인드라이브로 넘겼다. 보통 좌타자가 가운데 혹은 좌중간으로 라인드라이브 장타를 날리면 감을 잡은 것이란 평가를 내린다. 딱 그런 타격이었다.
밸런스, 배트 스피드, 코스 등 모든 것이 완벽했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발사각 25도, 타구속도 105.7마일(170㎞), 비거리 424피트(129m)였다. 이상적인 발사각이 벨린저의 타격감을 말해준다. 시즌 시작 후 5경기째, 21번째 타석에서 첫 홈런과 첫 타점이 나왔으니 감격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커쇼도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벨린저에게 축하 세리머니를 건넸다.
1회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벨린저는 3회 우측 2루타를 날리며 타격감을 잡았다. 볼카운트 1B2S에서 8구째 크리스 패덱의 83마일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우측으로 빨랫줄 안타를 만들어냈다. 8회 홈런의 전조였다.
사실 벨린저가 최근 감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었다. 시즌 첫 2경기에서 8타수 무안타에 그친 벨린저는 지난 11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3탸수 2안타를 치며 타격감 회복의 기미를 보였다.
2019년 내셔널리그 MVP 벨린저는 지난해 말이 아니었다. 종아리, 햄스트링, 갈비뼈를 잇달아 다치며 시즌 절반을 쉬었다. 95경기에서 타율 0.165, 10홈런, 36타점에 그쳤다. 포스트시즌서 1홈런, 7타점을 때리며 살아나는 듯했던 그는 지난 시범경기에서 타율 0.139에 1볼넷, 18삼진을 기록하며 또다시 우려를 샀다.
그러나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첫 홈런이 터졌다. 4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을 올린 벨린저는 타율 0.222(18타수 4안타), 1홈런, 3득점, 1타점, OPS 0.808을 기록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