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연봉도 낮췄다. FA도 미뤘다. 하지만 앞날이 잘 풀리지 않는다.
LG 트윈스 서건창(33)은 13일 SSG 랜더스 전에 결장했다. 대신 동갑내기 이상호가 출전했다.
경기전 만난 류지현 감독은 이상호에 대해 "흐름을 바꾸는 능력이 있는 알짜배기 선수다. 내야 전포지션이 가능하지만, 2루에서 가장 편안하다"고 평가했다.
류 감독의 이상호 카드는 대성공이었다. 타석에선 3차례 출루(1안타 2볼넷)하며 활약했다. 비록 점수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9회말 무사 1,2루에서도 침착한 희생번트를 성공시켰다. 수비에서도 4회초 2차례의 '미친 수비' 포함, 그물망 같은 수비력을 뽐냈다.
서건창은 2020년말 야구계를 뜨겁게 달궜다. '자진 연봉 삭감' 때문이다.
기량이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던 위기였다. 201안타를 기록하며 2014년 '서교수'로 등극한 이래 처음으로 타율이 2할9푼 밑으로(2할7푼7리) 떨어졌고, 24개의 도루를 성공시켰지만 실패도 10개나 됐다. 전반적인 주루 툴도 떨어진 모습. 주저앉던 수비력을 끌어올리긴 했지만, 지명타자 출전이 늘어난 영향이 적지 않았다.
그래도 출루율을 끌어올리면서 전년 대비 나은 OPS(출루율+장타율) 0.776를 기록하는 등 나아진 면도 있었다. 키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건창 측은 시즌 후 1억원이 넘는 연봉 삭감을 요청했다. 야구계에서는 FA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행동으로 평가했다. 키움은 그의 요구를 들어줬지만, 시즌 도중 정찬헌과의 맞트레이드로 그를 LG로 보냈다. 그리고 키움에선 B등급 FA였던 서건창은 LG에선 A등급이 됐고, 성적도 커리어 로우(타율 2할5푼4리, OPS 0.694)에 그치면서 FA 재수를 선택했다.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LG의 약점으로 꼽히던 2루 보강을 이뤄낼 선수로 기대받았다. 하지만 기존 2루수였던 정주현과 대동소이한 모습을 보이는데 그쳤다.
류 감독은 서건창의 지난 겨울에 대해 '절치부심'이라고 표현했다. 오프시즌부터 시범경기까지 잘 치러냈다는 것. 그 결과 개막전에 2타점 3루타를 때려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후 6일 키움 전부터 침묵이 시작됐다. 6경기에서 20타수 1안타, 극악의 부진에 빠졌다. 12일까지 타율 1할3푼3리, OPS 0.373에 그쳤다. 류 감독은 "잘 맞은 타구가 자꾸 직선타로 잡히다보니 리듬을 놓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올해 33세. 극적인 반전을 보여주기 쉽지 않은 나이다. 주루와 수비에서의 아쉬움이 커진데다 장타력을 가진 선수도 아니다. 올봄 다시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