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투수가 경기 초반 덜컥 무너질 때 만큼 난감한 상황이 또 있을까. 돌발변수가 수두룩해 '플랜B'를 준비해뒀다고 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프로야구 감독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투수 교체 타이밍을 잡는 게 가장 어렵다"이다.
13일 고척돔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키움 히어로즈전. NC 선발 이재학은 1회말, 한 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아웃카운트 1개를 잡고, 4안타 4실점했다.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시작해 집중타를 맞고 교체됐다.
히어로즈 선발 정찬헌도 임무 수행 실패. 1회초 3점을 내준 뒤 2회초를 무실점을 넘겼다. 3회초 악몽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선두타자부터 볼넷, 단타, 사구를 허용해 무사 만루. 경기 전 인터뷰에서 "정찬헌이 5회까지만 잘 버텨주면 좋겠다"던 홍원기 감독의 바람은 그냥 바람에 그쳤다. 그대로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2이닝 5안타 3실점.
일찌감치 양팀이 불펜을 가동했다. 히어로즈는 3회 무사 만루에서 윤정현이 등판해 세 타자를 연속으로 범타 처리, 위기를 넘겼다. 윤정현의 2이닝 무실점 투구 후 김동혁 김준형 이승호 김재웅 문성현 하영민이 등판했다. NC는 이재학에 이어 김태경 김시훈 원종현 김영규 류진욱 이용찬 김건태 조민석이 이어던졌다. 불펜 자원을 모두 쏟아부었다.
NC가 6회초 무사 1,2루에서 희생타 2개로 1점을 짜내 4-4 동점. 승부는 불펜 투수들의 호투로 연장 12회까지 넘어갔고, 히어로즈가 마지막에 웃었다. 2사 만루에서 강민국이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 4시간 15분 만에 경기가 끝났다.
허무한 결말이다. 고척=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