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1조7271억원.' 2021년 대한민국 체육계에 투입된 국민체육진흥기금 지원액이다. 역대 최대 규모다.
약 2조원에 달하는 기금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하 공단)이 마련했다. 공단은 경륜·경정,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며 벌어들인 수익을 체육진흥기금으로 편입한다. 이렇게 마련된 기금은 2002년 한-일월드컵 경기장 건축비를 비롯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대회 시설비, 국민체육센터 건립 등 스포츠가 함께 하는 모든 곳에서 생명수 역할을 하고 있다.
체육진흥기금 조성액은 코로나19가 국내에 엄습했던 2020년 1조7228억원에서 2021년 2조1158억원으로 22.8%나 상승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각종 사업의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예상치 못한 성과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공단에 따르면 사업 패러다임의 전환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공단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기금 조성의 핵심 사업인 경륜·경정 등 스포츠베팅 사업의 구조 혁신을 위해 발빠르게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경륜·경정의 경우, 2021년 5월 경주사업 최초로 모바일 발매를 골자로 하는 경륜·경정법이 개정돼 8월부터 실시됐다. 지점 위주의 대면 운영에서 벗어나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경륜·경정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그로인해 코로나19로 85.6%나 급감했던 경륜·경정 매출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더불어 약 700명의 경륜·경정 선수들의 안정적인 출전 환경과 수입 보장은 물론 입점 업체들의 임대료 감면 등 상생 협력도 가능케 했다.
기금 조성에 큰 역할을 하는 스포츠토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스포츠 리그가 중단되며 51일간 발매 중단이란 초유의 사태를 맞았고 9년 만의 매출 하락을 겪었다.
하지만 2021년 스포츠토토는 5개 대륙의 5개 리그를 신규 상품으로 출시하는 한편 도쿄올림픽,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컵 등 국민 관심도가 높은 국제대회 특별 상품을 개발했다. 스포츠 종목 단체간 합동 상품까지 준비했다. 시장 다변화를 통해 코로나19 위기에 빠르게 대비한 것이다.
그렇다고 공단은 매출 회복에만 급급하지 않았다. 경륜·경정-스포츠토토에 대한 과몰입 차단, 불법도박 예방 등 건전성을 높이는 것도 공단이 할 일이다.
공단은 경륜·경정 모바일 발매 준비 과정에서 토론·간담회를 수차례 열어 100% 실명제, 청소년 이용 원천 차단, 경주별 구매 한도 50% 축소 등을 도입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 건전화 평가에서 3년 연속 'TOP3'에 뽑힌 이유이기도 하다. 스포츠토토의 경우도 국내 최초로 세계복권협회(WLA) 건전화 인증 최고 등급을 9년 연속 유지하고 있다.
올해 공단은 기금조성 사업들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또 다른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경륜·경정의 경우 광명 경륜장과 인천 경정훈련원을 선별검사소와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해 코로나 위기 극복에 동참하는 한편 친환경 사업 운영을 위해 경정 모터를 전기 모터로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스포츠토토는 지난해 12월 공공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며 안정적이고 투명한 기금조성이 가능하게 됐다. 더불어 혁신적 사업구조 개편과 함께 신규 종목 발굴 등을 통해 사업 공백 최소화를 추진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안거위사(安居危思·편안할 때일수록 위태로울 때의 일을 미리 대비하라)라는 옛 가르침이 있다.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우리나라 체육계가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