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시즌이 한창인 지난해 6월25일.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가 예기치 못한 깜짝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이성곤과 오선진의 1대1 맞교환 소식이었다.
한화는 "중복 포지션을 조정하고 지명타자 및 좌타자 대타 활용의 폭을 넓히기 위해", 삼성은 "내야 자원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전인 24일 대구 경기에 앞서 삼성 홍준학 단장과 한화 정민철 단장이 머리를 맞대 깜짝 딜을 성사시켰다.
예기치 못했던 딜은 양팀과 두 선수 모두에게 윈-윈이 됐다.
오선진은 올 시즌 초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으로 생긴 내야진 공백을 소리 없이 메워주는 알짜 백업으로 활약중이다. 트레이드 이후 한화에서 중용된 이성곤은 올 시즌도 한화에 부족한 왼손 거포로 타선에 무게감을 싣고 있다.
12일 대구 삼성-한화전은 맞교환 된 두 선수에게 관심이 집중됐던 경기.
모처럼 친정 팀 동료들을 만나 경기 전 반갑게 해후했던 두 선수. 친정을 상대로 자신의 시리즈를 만들기 위해 눈에 불을 켰다.
오선진은 2회 한화 선발 카펜터를 상대로 깜짝 결승 투런홈런을 날리며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익숙한 (친정)팀과 맞대결이다 보니 평소보다 더 편하게 경기에 임한 것 같다"고 말한 오선진은 "개인적으로는 이적 후 첫 홈런이 나와서 기쁘지만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돼서 더 기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슈퍼백업으로서의 본분을 강조했다. 오선진은 "내 역할은 타격보다 안정적인 수비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중요한 상황에서 몇 차례 실책을 하면서 혼자 쫓기는 플레이를 한 것 같다"며 "부담은 가지되 안정적인 수비를 할 수 있도록 경기에 집중하도록 하겠다. 어느 위치에서든 소금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승부의 백미는 0-2로 뒤진 9회초 이성곤 타석이었다. 앞선 타석에서 무안타로 침묵하던 이성곤은 만회 기회를 잡았다. 1사 1루. 마운드에는 경기를 끝내기 위해 삼성 끝판대장 오승환이 서 있었다.
친정팀 선배를 상대로 이성곤은 결코 호락호락 하게 물러서지 않았다.
2B2S에서 7구 연속 파울을 내는 '용규 놀이'로 오승환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패스트볼,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까지 오승환이 던질 수 있는 모든 구종을 던져봤지만 이성곤은 끊임 없이 파울을 내며 버텼다. 9구째 패스트볼을 밀어 홈런성 타구를 날리기도 했다. 펜스 바로 앞에 떨이지는 큼직한 타구. 넘어갔다면 동점 홈런이 됐을 순간. 삼성 벤치의 간담을 서늘케 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성곤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13구째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섰다. 독기를 품고 들어섰던 타석.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기나긴 승부에 종지부가 찍히면서 결국 한화는 2점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첫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오선진 시리즈로 시작됐던 경기 양상. 9회 이적생의 한방으로 이성곤 시리즈가 될 뻔 했던 순간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