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크게 의식한 건 아닌데…."
시프트 격파. 자존심을 버린 선택인가, 아니면 현실을 직시한 현명한 대처인가.
현대야구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순간 상황 대처를 한다. 수비 시프트는 이로 인한 변화 중 하나다. 타자의 타격 성향에 맞춰, 수비 위치를 극단적으로 변화시킨다.
특히, 강타자들을 상대로 시프트 사용이 빈번해지고 있다. 파워가 좋은,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들은 힘껏 당겨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수비를 당겨쳤을 때 타구가 갈 수 있는 위치로 보낸다. 두산 베어스 4번타자 김재환이 좌타석에 들어서면, 2루수와 유격수가 동시에 1-2루 사이를 지킨다.
SSG의 캡틴이자 4번타자 한유섬도 강타자로 인정받는다. 그 증거는 시프트. 지난 주 만난 KT 위즈도 한유섬을 상대로 수비 시프트를 가동했고, 12일 첫 경기를 펼친 LG 트윈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인상적인 건, 한유섬의 타격. 한유섬은 7일 KT전 두 번째 타석에서 상대가 3루쪽을 비워놓자 기습 번트 안타를 만들어냈다. 번트를 대 페어지역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안타였다. 12일 LG전 두 번째 타석에서도 볼카운트가 2B2S으로 몰리자 임찬규의 공을 기막히게 밀어쳤다. 두 타석 모두 상대 시프트를 완벽히 무력화시킨 결과물이었다.
타자들은 대개 시프트 반대 타격을 자존심과 연결시킨다. 자신을 잡으려 수비를 바꾸면, 더 강한 타격으로 그 시프트마저 뚫어내겠다는 자세다. 그래서 한유섬과 같이 빈 공간에 기습 번트를 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한유섬은 그 자존심을 버렸다. 주장으로서 팀 승리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걸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한유섬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한유섬은 "시프트를 크게 의식하지는 않는다. 운 좋게 타구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번트 시도는 점수차가 많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점수차를 벌리거나, 또는 따라가기 위한 시도다. 연습을 많이 했는데,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이기기 위한 다양한 시도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