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뒷문이 흔들려서일까? 뒷심도 사라졌다.
2021년 후반기 롯데 자이언츠의 최대 강점은 끝까지 따라붙는 끈질긴 승부욕이었다. 10개 구단 중 3위(32승27패7무)의 성적을 거뒀고, 이중 13번의 역전승(1위)을 거뒀다.
그 중심에 구승민-최준용-김원중으로 이어지는 막강 필승조가 있었다. 평균자책점이 각각 1.76, 1.86, 1.88이었다. 어떻게든 경기를 뒤집기만 하면, 7~9회를 삭제하며 승리를 지켜냈다.
올시즌엔 다르다. 시즌 5패(4승) 중 3번이 역전패, 그중 2번이 연장전 끝에 패한 경기다. 마무리 최준용도 1패, 1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김원중의 공백도 크지만 김진욱이 선발, 최준용이 마무리로 빠지면서 불펜 전체의 무게감이 가벼워졌다. 래리 서튼 감독은 시범경기 당시 최준용의 선발 전환 가능성을 언급하며 "필승조 자리에 준비된 선수가 2~3명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 건 이강준 문경찬 등은 가능성은 보여줬으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브릿지 역할을 잘해냈던 김도규는 2군에 있다. 김유영이 시즌초반 4홀드를 따내며 활약하고 있지만, 9경기 중 무려 6경기에 등판했다.
12일 KIA 타이거즈전은 반드시 이겨야하는 경기였다. 롯데 에이스 찰리 반즈가 등판했다. 하지만 반즈는 2회 2사에서 나온 이학주의 실책 이후 크게 흔들린 끝에 한승택에게 3점 홈런을 허용했고, 그 결과 5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결국 구승민과 김유영이 멀티이닝을 소화했다.
하지만 8회말 2사 1루에서 김유영이 내려가자마자 문경찬이 연속 안타를 맞고 역전을 허용했다. 향후 일부 투수들에게 더욱 부담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 마무리 최준용도 이미 8회에 등판한 사례가 있다.
타선도 지난해와는 사뭇 다르다. 스트라이크존이 바뀌면서 10개 구단 모두 타자들이 힘들어하는 양상인 만큼, 득점이나 타격 수치가 부진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초반에 기선을 제압당한 뒤 무기력하게 끌려가다가 패하거나 후반부 허탈한 역전패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KIA전의 경우 상대가 한 경기 3실책을 쏟아낸 경기였다. 특히 이중 2개가 9회초에 나왔다.
선두타자 이학주가 KIA 마무리 정해영의 실책으로 출루했다. 매끄럽게 잘댄 기습번트는 아니었고, 정해영이 조금더 침착했지만 이학주는 넉넉히 아웃이었다. 하지만 정해영의 송구가 손에서 빠지면서 선두타자 출루라는 기회를 잡았다.
정 훈의 삼진 후에는 조세진이 2루수 앞 병살타성 땅볼을 쳤다. 하지만 이번엔 2루수 김태진이 공을 잡지 못했다. 유격수 김선빈도 공을 제때 주워들었다면 2루에선 아웃을 노려볼만 했지만, 돌발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하면서 1,2루가 됐다.
여기서 안치홍-전준우의 클린업트리오가 등장했지만, 롯데는 KIA의 21세 마무리 정해영을 뚫지 못했다. 1루수 황대인이 놓친 전준우의 파울 플라이도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공이었다. KIA의 21세 마무리 정해영은 9회초 한 이닝에만 아웃카운트 3개를 날리고도 승리를 지켜냈다.
아니, 롯데가 상대가 건네준 기회를 놓쳤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지난 10일 두산 베어스전도 롯데 타선이 5회 1사 이후 병살타 3개를 치며 무기력하게 물러나는 사이 불펜이 무너지며 역전패한 경기였다. 투타의 신뢰가 깨지면 자칫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