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확률 100%.'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13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고양 오리온과 울산 현대모비스의 3차전.
숙명의 대결이었다. 5전3선승제에서 1, 2차전 연승을 한 오리온은 확률 100%에, 현대모비스는 '0%의 기적'에 도전하는 벼랑끝 처지였다.
역대 6강 PO에서 1, 2차전 승리팀이 4강에 실패한 적이 없다는 통계가 오리온에게 든든한 믿는 구석. 그나마 현대모비스의 기댈 언덕은 역대 6강 PO에서 정규리그 상위팀의 4강 진출률이 70.8%였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역시 확률 100%의 위력이 강했다.
오리온이 이날 현대모비스를 89대81로 꺾고 3연승, 4강 PO에 진출했다. 오리온이 4강에 오른 것은 2016∼2017시즌 이후 5시즌 만이고, 구단 통산 9번째다.
오리온을 이끈 강을준 감독에겐 뜻깊은 날이기도 했다. 그의 프로 사령탑 커리어에서 첫 4강 진출이다. 강 감독은 창원 LG 시절 3시즌에 이어 오리온에서 2시즌 연속 PO에 진출시켰다. 'PO 진출 전문가'였지만 4강 무대를 밟지 못했다가 5시즌 만에 4강을 경험하게 됐다.
반면 2018∼2019시즌 이후 3시즌 만의 챔피언을 노렸던 현대모비스는 지난 시즌 4강전에서 안양 KGC에 3연패를 당한 데 이어 올시즌에도 스윕을 당했다. 플레이오프 6연패는 그동안 3개팀만 당했던, 챔피언 전문팀 현대모비스로서는 낯선 기록이다.
사실 이날 승부를 예측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현대모비스의 악재가 너무 컸다. 핵심 용병 라숀 토마스의 부상 이탈로 PO를 맞은 현대모비스는 이우석 박지훈마저 줄부상으로 빠진 상태에서 3차전을 맞았다. 경기 전 "마음을 비웠다"던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은 부상을 안고 있지만 앞선 수비도 좋은 토종 빅맨 최진수를 이대성(오리온)의 매치업 상대로 붙이는 긴급처방까지 동원했다. 지난 2차전에서 이우석의 부상 결장으로 이대성의 원맨쇼(25득점)에 당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성을 제외하고도 '앞선' 전력이 탄탄한 데다, 용병 2명을 가동하는 오리온과의 상대적 전력 열세를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1쿼터에 14-24로 기선을 빼앗긴 현대모비스는 2쿼터 초반 깜짝 용병술로 효과를 보기는 했다. '만수' 유 감독이 에릭 버크너를 24초 만에 빼는 대신 함지훈 장재석 최진수 등 토종으로만 승부수를 던져 한때 26-26 동점에 성공했다. 아쉽게도 여기까지였다.
2쿼터에 집중력을 잃었다가 혼쭐이 났던 오리온은 3쿼터 집중력을 되찾으며 연이은 가로채기-속공으로 점수차를 다시 벌려나가며 완승에 성큼 다가섰다. 여기에 전반까지 발톱을 감추고 있던 '타짜' 이대성이 3연속 3점포를 포함, 3쿼터에만 13점을 몰아치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 덕분에 오리온은 4쿼터 2분30초 만에 75-51까지 달아났고, 현대모비스는 거센 추격을 시도했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가 야속했다.
오리온은 오는 20일 정규리그 우승팀 서울 SK를 상대로 4강 PO에 돌입한다. 고양=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