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슈퍼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팬 폭행'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13일(한국시각) 영국 일간지 미러에 따르면, 호날두는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캐링턴 훈련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검정색 포르쉐 차량의 뒷자석에 앉아 대기 중인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피했다.
통상 선수들은 스스로 운전해 훈련장을 오간다. 호날두도 마찬가지다. 훈련이 끝나고 나오면 대부분의 맨유 선수들이 그러하듯 운전석에 탄 채로 팬들에게 사인을 해준다. 그러나 이날은 기사를 대동했고, 호날두는 뒷자석에 앉아 취재진을 피해 빠르게 훈련장을 벗어낫다고 이 매체가 설명했다.
호날두는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각) 에버턴 원정경기에서 '팬 폭행' 사건에 휘말려 있다. 경기 후 라커룸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사진을 찍던 팬의 손을 때렸다. 팬이 들고있던 핸드폰은 바닥에 내팽겨쳐지면서 박살났다.
이후 이 장면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사건은 일파만파였다. 특히 호날두가 손을 내려친 팬이 자폐증을 가진 에버턴 소년으로 밝혀지면서 더 공분을 샀다. 이 소년 팬은 이날 처음으로 경기장을 찾았고, 소년 팬의 부모는 아들의 손등이 호날두에게 맞아 부어오르고 시퍼렇게 멍이 든 사진을 SNS에 게재하기도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호날두는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과했다. 그는 '매 순간 어려운 상황에서 감정을 다스리기 어렵다. 이날 나의 행동에 사과하고 싶다. 가능하면 이 팬을 맨유 홈 구장인 올드 트래포드에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결국 머지사이드 경찰과 영국축구협회(FA)까지 나서서 사건을 조사 중이다.
14세 소년은 자존심을 지켰다. 그토록 보고싶었던 슈퍼스타의 맨유 홈 경기 초청을 거절했다. 소년의 어머니는 리버풀 에코와의 인터뷰에서 "그 사과는 나를 오히려 더 화나게 했다. 무례했다. 모든 사람을 상대로 하는 사과는 하지 않은 것과 같다. 사과는 소셜미디어에 올릴 일이 아니라 내 아들에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와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만약 우리에게 직접 연락해 뭔가 이야기했다면 행복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에버턴 팬인 우리가 왜 맨유를 가겠느냐"고 반문하며 "내 생각엔 아주 형편없는 사과"라고 비난했다.
또 "이건 내 생각이 아니다. 내 아들에게 '호날두가 맨유에 초대한다는데 가고 싶니?'라고 물었더니 아이가 '아니요, 엄마. 나는 호날두를 두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아요'라고 하더라. 그날 맨유전에 간 이유 중에 하나는 아이가 호날두를 보고 싶어해서였다"고 전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