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12일 대구 한화전에서 시즌 첫 승 도전에 나선 청년 토종 에이스.
형님들이 발벗고 나섰다. 강민호와 김상수였다. 평소 원태인을 각별히 아끼는 든든한 형님들. 결정적인 순간 큰 힘이 됐다.
시즌 두번째 선발 등판.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 5일 두산전(5⅓이닝 8안타 3실점) 아쉬움을 털기 위해 초반부터 힘을 냈다. 3회까지 1안타 3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순항중이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150㎞가 찍힐 만큼 공에 힘이 있었다 .
하지만 2-0으로 앞선 4회 위기가 찾아왔다. 선두타자 최재훈에게 좌전안타를 내줬다. 터크먼을 삼진 처리하며 한숨 돌리나 했지만 동기생 노시환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허용해 1사 2,3루.
옛 동료 이성곤의 땅볼 타구가 큰 바운드로 유격수 쪽을 향했다.
빠르게 대시한 오선진이 홈에 던진 공이 살짝 짧았다. 원바운드 된 공을 포수 강민호가 차분하게 들어올린 뒤 빠르게 홈을 향해 몸을 날린 3루주자 최재훈을 터치했다. 간발의 차 태그아웃. 주자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공이 미트 밖으로 거의 빠져나갈 뻔 했지만 강민호는 집중력 있게 미트 끝에 공을 사수했다. 만약 포구에 실패했거나, 태그 과정에서 공이 튕겨 날아갔다면? 2루주자까지 홈을 밟아 동점을 내줄 수 있었던 아찔한 장면이었다.
강민호는 2-0으로 앞선 7회초 2사 후 하주석의 번트 파울 타구를 악착같이 쫓아가 앞으로 넘어지는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했다. 간발의 차로 미트를 벗어난 공이 역스핀이 걸리며 넘어진 강민호의 얼굴을 때렸다. 엎어져 쓰러진 강민호에게 다가간 원태인은 헬멧을 주워 선배에게 건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위기는 끝이 아니었다. 이어진 2사 1,3루. 김태연이 친 타구가 라인드라이브로 원태인의 머리 위를 지나 중견수 방면을 향했다. 직선타 처리 실패를 원태인이 아쉬워 하던 것도 잠시. 원태인 뒤에 있던 경북고 선배 김상수가 몸을 날린 점프 캐치로 공을 품었다. 실점을 막는 멋진 플라잉 캐치. 주저앉아 실망하던 원태인은 앉은 채로 양 손을 들어 기쁨을 표현했다.
마운드를 내려오던 원태인의 표정에는 안도와 기쁨의 싱글벙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동료 환영 속에 덕아웃에 들어온 원태인은 먼저 도착한 선배 김상수를 찾아 허리를 접었다. 90도를 넘어 아예 가슴이 무릎에 불을 정도로 정중한 폴더인사였다.
두 형님의 호수비 도움을 받은 원태인이 힘을 불끈 냈다.
7회까지 최고 150㎞ 강속구와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며 3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로 팀의 2대0 승리를 이끌며 홈 팬들 앞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잊을 수 없는 2022년의 마수걸이 승리. 절반의 지분은 강민호 김상수 선배에게 있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