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선택 과정에서 (기)성용이형의 '반협박'이 있었다."
'돌아온 벤투호 황태자' 황인범(26)이 FC서울 공식 입단식에서 깜짝 이적 뒷얘기를 소상히 털어놨다.
FC서울은 '하나원큐 K리그1 2022' 9라운드 수원 삼성과의 슈퍼매치를 앞둔 10일 오후 4시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황인범의 공식 입단식을 진행했다. 러시아 루빈 카잔에서 뛰고 있던 '국대 미드필더' 황인범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축구연맹(FIFA) 특별 규정 적용으로 계약이 일시정지됐다. 오는 6월까지 3개월간 FC서울과 단기계약을 했다. 취재진 앞에서 FC서울의 유니폼을 입은 황인범이 등번호 96번을 가리키며 강한 자신감을 표했다.
이어진 기자회견, 황인범은 "짧다면 짧은 3개월간 팀에 어떻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다. 최대한 빨리 합류해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96번 등번호'에 대한 질문엔 기성용과의 에피소드를 언급했다. "제가 6번을 좋아해서 (기)성용이형한테 달라고 했다. 형이 '6번 하고 싶으면 하라'셨지만 장난으로 말씀드린 거였다"라며 웃었다. '벤투호 96라인'의 중심 황인범은 "서울에도 96년생 선수 (나)상호,(한)승규가 있다. 함께 좋은 케미를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택했다"고 설명했다.
FC서울 입단 결정에 있어 '멘토' 기성용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한 부분도 털어놨다. "어떻게 보면 FC서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형의 '반협박'"이라고 폭로했다. "'인범이는 형 있으니까 한국 오면 FC서울 오겠지?' 웃으면서 말씀하셨지만 너무 존경하는 선배라서 '안가면 큰일나겠구나' 생각했다"며 웃었다. "성용이형의 존재가 영향을 안미쳤다면 거짓말이다. 형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표팀서도 팀에서도 '허리'인 미드필더 황인범은 "무엇보다 어린 선수들과 어떻게 더 시너지 낼까, 어떻게 더 돋보이게 해줄까를 고민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 제게도 큰 자극,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범은 자신을 떠나보낸 레오니드 슬러츠키 루빈 카잔 감독의 메시지도 기꺼이 공유했다. "제가 함께 한 감독님 중 최고셨다. 처음엔 잡으셨지만 '이게 네게 맞는 선택인 걸 안다. 넌 여름에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선수다. 넌 내 코칭커리어 최고의 선수중 한명'이라고 말하면서 보내주셨다. 그래서 더 죄송했다. 그래서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센스만점' 황인범은 서울-수원의 슈퍼매치에 대한 질문엔 작심한 듯 센 코멘트를 날렸다. "수원과의 서울의 자존심과 팬들의 열정을 불지피는 데 가장 중요한 경기다. 현재 두 팀이 나란히 밑에 있는 상황인데 K리그 발전을 위해 더 올라가서 끝까지 경쟁해야 하는 팀이다. 오늘 잘 준비한 만큼 팬들께 보답할 결과를 가져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6월 19일 직접 나설, 원정 슈퍼매치에 대한 기대도 감추지 않았다. "홈에서 슈퍼매치를 못하는 아쉬움은 크지만 원정서 라이벌을 이기는 짜릿함은 더할 것"이라고 했다. 수위가 좀 세다고 생각했을까. 때론 훈훈하게, 때론 유쾌하게, 기자회견을 조율하던 '인터뷰 장인' 황인범이 빠른 수습에 나섰다. "이 정도라면 기자님들이 헤드라인 잡으시기 쉬울 것이다. 너무 자극적으로는 쓰지 말아달라.(웃음)" 상암=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