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이형이 6번도 줄 수 있다고 했지만…."
'돌아온 벤투호 황태자' 황인범(26)이 마침내 FC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FC서울은 10일 오후 4시 공식 입단식을 진행했다. FC서울 유니폼을 입은 황인범이 등번호 96번을 양손으로 가리키며 강한 자신감을 표했다.
이어진 기자회견, 황인범은 솔직하고 담담하게 이적 과정과 입단 후 에피소드들을 소상하게 전했다. 조리 있고 여유만만 패기만만한 인터뷰는 인상적이었다. MLS와 러시아리그에서 잘자라 돌아온 1996년생 청년의 성장기는 흐뭇했다.
황인범은 96번 등번호에 대한 에피소드도 술술 풀어냈다. "일단 남는 번호중 선택했다. 제가 장난식으로 6번 좋아해서 (기)성용이형한테 달라고 했다. 형이 6번 하고 싶으면 하라고 하셨지만 장난으로 말씀드린 거였다"라며 웃었다. "96번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보다 FC서울에 96년생 선수들이 (나)상호,(한)승규가 있는데, 함께 좋은 케미를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택했다"고 말했다.
아래는 시종일관 반듯하고 때론 시원시원하고 때론 훈훈했던 황인범의 입단 기자회견 일문일답 전문이다. 상암=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입단 소감
▶3개월 짧은 계약이 짧다면 짧겠지만 3개월간 팀에 어떻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다. 구단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돌아가고 싶다. 많이 기대해주시면 좋겠다. 미디어에서 이렇게 많이 찾아와주셔서 성대한 입단식 하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현재 몸 상태와 서울 팀 분위기는?
▶몸상태는 좋아졌다. 조깅 스텝훈련 시작했다. 언제 돌아올 수 있다 말씀드리긴 힘들지만 최대한 빨리 합류해서 팀에 좋은 영향력,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 가득하다. 빨리 복귀하고 싶다. 팀 미팅했고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대화를 가볍게 나눴다. 팀 분위기가 그렇게 좋은 분위기도 나쁜 분위기도 아니었지만 선수들이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 사기가 떨어지지 않았을까 걱정했고 결과가 나오지 않는 부분을 걱정했는데 성용이형, 상호, 한빈이형 같은 중고참 선수들이 중심을 잘 잡고 있고, 어린 선수들도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 보였다. 제가 선후배들의 중간에서 어떻게 잘 도울까 고민하고 있다. 복귀를 해서도 그런 부분을 신경쓴다면 팀이 경기력, 결과 모두 챙길 수 있는 강한 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96번 등번호의 의미는?
▶일단 남는 번호중 선택했다. 제가 장난식으로 6번 좋아해서 성용이형한테 달라고 했더니, 형이 6번 하고 싶으면 하라고 하셨지만 장난으로 말씀드린 거였다. 96번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보다 96년생 선수들이 FC서울에 (나)상호,(한)승규가 있는데 좋은 케미를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96번 선택했다.
-롤모델 기성용, 대전시절 김진규 코치님이 계신데, 조언은?
▶특별한 조언보다는 진규 코치님은 대전 시절 제가 형이라고 불렀는데 입단 확정후 통화에서 저도 모르게 진규형이라고 불렀더니 '형 아니고 코치님'이라고 확실하게 하라고 하셨다.(웃음) 김진규 코치님께서 제가 이 팀에서 수비적인 부분에서 더 많은 걸 배우고 갈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하셨다.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이곳에 왔고 이미 알고 있었던 부분이라서 조언이 감사했다. 더 신경써서 감독님과 성용이형, 좋은 선수들에게서 장점을 빼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을 택한 이유. 기성용, 나상호와의 에피소드가 있는지.
▶많은 분들이 에피소드 기대하시지만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 성용이형, 상호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구단과 접촉했다. 제가 말씀을 드릴 정도로 거의 다 모르시는 상황이었다. 성용이형은 지나고 나서 얘기 들으셨다. 좋은 말들을 해주셨다. 어떻게 보면 FC서울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반협박'하셨다. "인범이는 형 있으니까 한국 오면 FC서울 오겠지" 웃으면서 말씀하셨지만 너무 존경하는 선배라서 안가면 큰일마겠구나 생각했다. 성용이형이라는 존재가 영향을 안미쳤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형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또 어린 선수, 좋은 선수들과 어떻게 더 시너지 낼까, 어떻게 더 돋보이게 해줄까 고민했다. 그부분이 재밌을 것같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볼 수 있다면 제게도 큰 자극, 동기부여가 될 것같았다.
-안익수 감독의 서울을 택한 이유, 안 감독님과 나눈 대화는?
▶축구에 대해 서로가 추구하는 가치관, 축구를 대하는 태도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점유하면서 찬스를 만들어내는데 좋은 영향력 끼치는 선수로서 선택은 당연했다. 안감독님 부임 후 축구 봤을 때 저팀에서 저위치에서 뛴다면 어떤 움직임을 가져갈까 고민하면서 궁금한 팬의 입장에서 봤다. 흥미로운 움직임을 가져가더라. 강원전 전날 처음 훈련 보러 왔는데 공격전술 디테일하게 알려주시는 걸보고, 어렵고 복잡한 축구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훈련 경기 보니 단순하게 생각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공간 이해도가 중요한 축구를 하고 있다. 공간 신경 쓰는 부분이 크다. 성장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본선 팀에 대한 생각
▶너무 강한 팀들이다. 월드컵 무대는 많은 선배, 감독님 말처럼 우리는 도전자로 출전하는 것이고 제가 갈지 안갈지도 모른다. 먼저 생각할 부분은 아니고 제 몸상태 끌어올려서 FC서울 끌어올릴까 고민하고 좋은 모습 보여주다 보면 팀이 올라가고 국가대표 선수로서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같다. 대표팀 소집 후에 생각해야 할 부분 같다. 너무 강팀이고 좋은 선수와 함께 하는 무대다. 월드컵 출전하는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 첫번째다.
-합류후 중요한 경기가 많다. 어떤 팀과 경기가 기대되는지.
▶모든 팀과의 경기가 기대된다. 어떻게 보면 12월 이후 1월에 대표팀 경기 2경기 치른 이후 공식 경기 못뛰어서 축구에 굶주려 있다. 제가 나갈 수 있는 FC서울의 모든 경기를 다 체크해놨다. 상대팀 전술 특징도 잘 분석해서 팀과 잘 준비해서 모든 경기를 좋은 경기력을 당연히 보여드려야 한다.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 결과가 나와야 과정도 스토리가 된다. 저희 팀이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서 연구하고 있다. 어떻게 도움될까를 고민하고 있다. FA컵까지 많은 경기 뛸 수 있을 텐데 최대한 많은 경기를 챙겨본다. 팬분들께 실망스러운 모습, 자세들을 보여드려서는 안된다.
-손흥민 선수 ,황의조, 황희찬, 김민재 등 동료들 플레이 모니터 하는지.
▶같이 대표팀 선수 팬의 입장에서 흥민이형 민재 의조 흴찬 유럽에서 좋은 활약하는 선수들 보면 기분 좋고 같은 국가대표 선수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선수들은 제 또다른 꿈에 살고 있는 선수다. 너무 많은 동기부여 자극제가 된다. 손흥민이형 (황)희찬 (황)의조 등 공격수들이 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줄 때 다시 저선수들 어떻게 하면 저팀 동료들처럼 도와줄까 고민한다. 그래서 대표팀도 최종예선에서 패배하기 했지만 실점 결과 가져오고 있다. 많은 고민 한 결과다. FC서울도 그렇게 하는 것처럼 고민하고 결과를 가져올까를 고민하는 선수가 많다. 우리팀이 더 높은 순위로 갈 수 있을까 기대한다.
-벤투 감독님과 나눈 이야기가 있는지?
▶그런 특별한 축하를 해준다기보다 몸 상태 체크를 위한 만남이었다. 경기장에 오신다는 이야기 듣고 인사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몸 상태를 체크해주셨다. 좋아지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
-대전 이미지가 강한 선수였다. 서울 입단전 대전 팬분과 만남을 가졌다고 들었다.
▶저와 대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1부리그로 돌아오는 것이 맞다는 것은 가족, 에이전트 모두 대화를 통해 결정했다. 저만의 이득을 위해 선택을 하는 부분은 아니었다. 팬분들과 오해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K리그1 팀 결정한 게 아니었고 이 이적을 보도자료를 통해 팬들에게 전한다면 팬들에게 큰 상처가 되고 오해가 될 것같다는 판단에서 한분이라도 덜 상처 받게 하고 싶어서 그런 방법을 택했다. FC서울 팀에서 단장님께서 많이 기다려주셨다. 그런 부분도 감사하다. K리그1으로 돌아온다는 생각을 했을 때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신뢰와 신의가 중요하다 생각해서 대전 팬 구단께도 그 부분을 챙기고 싶었고, FC서울과도 신뢰를 지키고 싶었다.
-카잔 감독님도 황인범 선수 아끼고 금전적인 부분까지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계셨다. 그 감독님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서울에 간다고 했을 때 어떤 메시지를 주셨나.
▶좋아하는 감독님이고 같이 한 감독님 중 최고의 감독님이셨다. 그래서 러시아로 돌아가는 고민을 끝까지 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상황이 한국으로 돌아오는게 맞다 판단 섰을 때 솔직히 말씀드렸다. 이게 네게 맞는 선택인 걸 안다고 하시면서 여름에 더 좋은 클럽에서 더 좋은 활약 펼칠 선수다. 코칭 커리어에서 최고 선수중 한명이라도 말씀해주셨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더 죄송했다. 더 좋은 선수가 되어서 감독님 커리어에 좋은 일들이 만나서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관계가 된다면 행복할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좋은 선수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슈퍼매치에 대한 기대감, K리그에 대한 기대감은?
▶제가 K리그로 돌아온다는 확정까지 고민이 필요했던 건 만만한 리그가 아니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주로 K리그2에서 뛰었지만 K리그1은 데뷔시즌 뛰어봤다. 압박 강하고 템포 빠른 리그란 걸 알고 있다. 올시즌 선배 형들도 많이 돌아오셨고 좋은 외국인선수가 많아 더 강해졌다. 수원이라는 팀과의 경기는 자존심과 팬들의 열정을 불지피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경기다. 밖에서 볼 때도 K리그를 발전시킬 수 있는 더비가 더 많이 나와야한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다. 슈퍼매치는 너무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는 더비다. 현재 두 팀이 나란히 밑에 있는 상황인데 K리그 발전을 위해 더 올라가서 끝까지 경쟁해야 하는 팀들이다. 오늘도 많은 분들이 와주실 거라 생각한다. 잘 준비했을 것이고 선수들이 팬들에게 보답할 결과를 가져오면 좋겠다. 저는 수원 원정에서 슈퍼매치를 하게 될 텐데 홈에서 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크다. 원정에서 라이벌 이기는 짜릿함은 더할 것이라 생각한다. 분명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오늘 경기와 수원 원정은 하나가 되어 꼭 결과를 가져오겠다. 자신감 갖고 꼭 이겨내겠다. 이 정도라면 기자분들이 헤드라인 잡기 쉬울 것이다. 너무 자극적으로는 쓰지 말아달라.(웃음)
-해외 경험 통해 배운 것
축구 외에 언어적인 부분, 아예 영어 못하는 상황에서 캐나다 생존 영어 등 인생에 큰 도움이 될 부분이었다. 축구선수로서는 적극성을 배웠다. 한국에선 대전에서 공이 왔을 때 보여주는 선수였다면 공간에 대한 이해도, 공간 찾는 움직임이 미국에서 러시아에서 많은 걸 느꼈다. 수비적인 부분도 피지컬적으로 큰 선수는 아니지만 타이밍 잘 잡는다면 안밀릴 수있다는 자신감 얻은 게 가장 크다. 더많은 선수들이 외국에 나가야 한다. 외국에 나간 선수들이 더 잘하면 후배들이 더 많이 도전할 것이다. 그러면 한국축구와 K리그가 더 강해질 것이다.
이적시장 복수의 관계자는 4일 "황인범이 FC서울과 계약을 마무리지었다. 메디컬테스트까지 완료한 상태로, 발표만 남겨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루빈 카잔 구단이 현지시간 3일 "황인범과의 계약을 오는 여름까지 중단한다"고 발표한 이후 서울 구단과 황인범측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이적의 최종 절차를 밟은 것으로 전해졌다.
황인범은 지난 2일 서울 구단이 정한 의료시설에서 미리 메디컬테스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FIFA의 특별 규정에 의해 7일 이전까지 계약을 완료하려면 서둘러야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FIFA는 지난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으로 불안에 떠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내 외국인 선수들이 6월 30일까지 자유롭게 팀을 한시적으로 떠날 수 있도록 하는 특별 규정을 만들었다. 단, 해당 조건에 부합하는 선수는 4월 7일 이전까지 원소속팀과 계약을 파기하든, 새로운 팀을 찾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황인범도 서둘렀다. 지난달 말까지 카잔 복귀를 염두에 둔 황인범이 K리그 복귀로 결심을 굳힌 뒤 가장 먼저 대전으로 내려갔다. 대전하나 서포터스와 간담회를 갖고 '당장 대전하나로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그 이후 대전하나로 오라고 손을 내민 이민성 대전하나 감독과도 만나 사정을 설명했다.
카잔 구단과 레오니드 슬러츠키 카잔 감독의 동의까지 구했다. FIFA 규정상 원소속팀에는 통보만 해도 무방했지만, 동의를 구하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황인범이 국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소문에 여러 K리그 구단들이 3월초부터 관심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으로 길어야 두 달 남짓 밖에 활용할 수 없지만, 현역 국가대표 주전 미드필더가 주는 메리트가 그만큼 컸다. 황인범은 그중 3주 넘게 러브콜을 보낸 서울을 택했다. '롤모델' 기성용과 '절친' 나상호 그리고 안익수 감독의 '익수볼'이 팀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인범은 4월말 복귀를 목표로 재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