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누가 롯데 자이언츠 보고 '2약'이라고 합니까?"
6점차로 뒤진 경기. 1루 주자는 이대호(40)였다. 상대 중견수가 공을 뒤로 빠뜨리자, 이대호는 전력질주했다. 기어코 홈을 밟은 뒤에야 숨을 몰아쉬었다. 이날 롯데의 유일한 득점이었다.
웃고 있지만 아쉬운 속내가 역력했다. 2001년 데뷔 이래 프로 22년차, 그중 롯데에서만 17번째 시즌이다. 롯데를 향한 이대호(40)의 진심은 절절했다.
"롯데에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그는 "내가 보답할 방법은 좋은 성적을 내는 것 뿐인데, 내가 지금 좀 부족하다. 매경기, 매타석 최선을 다하겠다. 우리가 좀더 쉽게 이길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롯데에서 보낸 지난 16시즌 동안 이대호는 단 한번도 한국시리즈 무대에 서지 못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더 답답하다. 이대호와 함께 가을야구에 진출한 것 자체가 5번(2008 2009 2010 2011 2017)이다. 그중 4번은 준플레이오프에서 좌절했다. 플레이오프에 오른 건 단 1번(2011) 뿐이다. 롯데가 가을야구를 밥먹듯 가던 로이스터 감독 재임기(2008~2010)를 이대호가 그리워하는 이유다.
주장 전준우와 정 훈도 쉽게 '한국시리즈'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장난스럽게 한국시리즈를 운운하기보단 진지하게 플레이오프를 가리킨다. 은퇴전 마지막 시즌을 맞이한 이대호에 대한 예우다. 이대호 역시 마찬가지다.
8일 만난 이대호는 "와일드카드로는 솔직히 위로 올라가기 정말 힘든 것 같다. 플레이오프 정도는 돼야한다. 마음속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지만 그건 우선 플레이오프부터 진출하고 나서 생각하겠다"는 속내를 전했다.
이어 "일본은 일본시리즈보다 정규시즌 우승을 더 높게 치는데, 한국은 한국시리즈가 최고"라며 "솔직히 안 가봐서 어떤 분위기인지 모른다. 가보고 싶다. 플레이오프는 확실히 정규시즌과 다르더라"고 덧붙였다.
이대호는 2017년 롯데에 복귀하며 4년 150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지난 겨울 김광현(151억원)에 의해 깨지기 전까지 역대 최고 금액이었다. 이후 다시 2년 계약을 맺으면서 '2년 뒤 은퇴'를 공식화했다.
그는 "은퇴 생각은 항상 하고 있었다. 마지막 2년에 내 모든 걸 쏟아붓고자 했다. 기왕이면 롯데가 좋은 성적을 냈을 때 빠지고 싶다"고 거듭 강조하는 한편, KBO 공식 은퇴투어에 대해서는 "사소한 거에 눈물나는 나이인데, 이제 개막하지 않았나. 은퇴 얘긴 나중에"라며 웃었다. 부상만 없다면 올해도 130경기 이상 충분히 뛸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고함이며 환성이며, 마지막이라고 더 많이 응원해주시는게 느껴진다. 감사하다. 매경기 '아 진짜 마지막이구나' 이런 생각이 계속 든다."
현실적으로 한국시리즈는 쉽지 않다. 지난해 가을야구에 오르지 못한 팀들 중 SSG 랜더스는 김광현을 영입했고, 문승원 박종훈 한유섬 등 예비 FA 3명과 모두 연장계약을 맺으며 팀 사기를 끌어올렸다. KIA 타이거즈도 양현종이 돌아오고, 나성범을 영입했다. NC다이노스는 나성범을 잃었지만, 대신 박건우와 손아섭에게 유니폼을 입혔다. 전력보강이 없는 팀은 롯데와 한화 뿐이다. 두 팀이 '2약'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이대호는 "누가 그렇게 얘기하나. 롯데가 절대 약한 팀이 아닌데"라며 서운한 기색을 내비친 뒤 "흐름만 타면 롯데만큼 무서운 팀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난 올시즌이 2강 8중이라고 본다. 2강은 보이지 않나. 우선 중간 팀들에게 많이 이겨서 4강부터 가겠다. 야구는 붙어봐야안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