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올해 가장 충격적이고 과감한, 그리고 마음을 뜨겁게 만드는 문제작이 묵직한 울림을 전하며 봄 극장가를 찾았다.
봄이 되면 나타났다 여름이 되면 사라지는 죽음의 병, 공기를 타고 대한민국에 죽음을 몰고 온 살인무기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사투를 그린 영화 '공기살인'(조용선 감독, 마스터원엔터테인먼트 제작).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공기살인'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원인 모를 폐질환으로 가족을 잃고 사건에 뛰어드는 의사 정태훈 역의 김상경, 언니의 죽음으로 검사에서 변호사가 된 한영주 역의 이선빈, 가습기살균제 제조사 오투의 서우식 과장 역의 윤경호, 태훈의 아내이자 영주의 언니인 한길주 역의 서영희, 그리고 조용선 감독이 참석했다.
소재원 작가의 소설 '균'을 영화화한 '공기살인'은 원인조차 몰랐던 다수의 피해자가 등장, 기업들은 사람이 죽을 줄 알면서도 묵인했고 국가는 이런 기업을 허가한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화학 참사인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다룬 작품으로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인 만큼 영화의 개봉으로 다시 한번 국민적인 관심을 모은 '공기살인'은 조용선 감독이 오랜 시간 철저한 자료 조사와 검수를 거쳐 쓴 탄탄한 스토리와 가감 없는 현실 반영으로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특히 쉽지 않은 소재를 선택한 '명품 배우'들의 열연도 '공기살인'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었다. '살인의 추억' '1급기밀' 등 실화를 소재한 영화에서 두각을 드러낸 김상경은 '공기살인'을 통해 다시 한번 진실성 있는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티빙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로 대세 반열에 오른 이선빈은 진솔하고 강단 있는 캐릭터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다른 이미지로 극의 한 축을 이끈 윤경호와 특유의 현실감 있는 연기로 관객들의 공감을 더한 서영희 역시 '공기살인'에서 적재적소의 연기로 힘을 더했다.
이날 김상경은 "코로나19의 거리두기도 완화된다고 하고 우리 영화가 극장 활성화에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재미 있으면서 의미도 있는 영화다. 오늘(8일) 나도 영화를 처음 봤는데 오랜만에 좋은 일 하는 기분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선빈은 "이 작품에 함께할 수 있었다는 부분이 큰 영광이었고 의미가 있었다. '공기살인'은 촬영을 하고 개봉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오늘 처음 영화를 봤는데 그래서 설레이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다. 많은 분이 잊지 말아야 할 사건이다. 관객에게도 이런 마음이 다가가길 바란다"며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조용선 감독이 많은 자료를 보여줬다. 그 자료를 전부 다 보고 공부했다. 그때 사명감이 많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칫 누군가를 기만하는 연기가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너무 스트레스가 많아서 촬영 마지막 날에는 코피를 쏟기도 했다. 살도 많이 빠지더라. 내가 정말 이 정도로 해나가려 노력했구나 싶었다. 어느 작품보다 위험하리만큼 조심스럽게 다가가려고 했다. 가장 집중해 깊이 있게 작품을 다가가려고 노력했다"고 애정을 전했다.
윤경호는 "영화를 보고 난 직후라 먹먹하고 얼떨떨하다. 영화를 기다리면서 정말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우리가 시사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길 바란다. 이 영화가 꽃 피는 봄에 어울리는 반가운 영화는 아닐 수 있지만 우리가 잘 준비한 작품이 오해 없이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서영희는 "이런 좋은 영화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다. 코로나19를 이기고 개봉을 할 수 있어 너무 좋다"며 "영화를 촬영하기 전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기사로 접한 게 전부가 아니더라. 많은 사람에게 이 사건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서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작품은 코로나19 직전에 촬영을 마쳤다. 이런 상황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 흉내만 낸 것 같다는 생각이 크다. 코로나19를 2년 넘게 겪고 오늘 영화를 보면서 지금 느꼈던 감정으로 연기를 했다면 피해자들에게 더 도움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제야 그 감정을 이해하게 돼 너무 죄송하다"고 눈물을 보였다.
무엇보다 김상경은 "실화를 다루는 영화 전문 배우로 꼽히는 것 같다. 이번 작품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도 운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에서 내게 주는 소임이라는 생각도 든다. 가끔 이런 실화 영화에 대해 신파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현장에서 미리 눈물을 만들어서 연기하지 않는다. 내가 그동안 했던 작품들은 눈물을 참을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멋있는 내면 연기를 위해 폼 잡는 게 맞나 싶다. 그런 부분을 신경쓰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또한 "실화를 다룬 영화를 임할 때 주안점이 되는 부분은 실제 사건과 관련된 분이 있다. 피해자의 심리와 사건을 밝히는 캐릭터다. 어떻게 하면 객관적일지 생각했다. 사건을 보면서 굉장히 황당했던 부분이 주객이 전도됐다는 것이다. 10년 전 영수증을 첨부해 아픈 부분을 밝히라는 것인데 그런 부분이 정말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지금 피해를 본 뿐만이 아니다. 2주전 외국에서 수입된 자동차 방향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 영화를 보고 모든 분이 많이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습기살균제 사건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사실 남의 일인줄 알았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영화의 힘인 것 같다. 이 영화가 제작되기까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꼭 제작되길 바랐다"고 마음을 전했다.
조용선 감독은 "코로나19 시국에 개봉을 하게돼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적 참사를 다룬 감독으로서 죄송한 마음도 일부분 있다. 긴 시간 걸린 사건인데 짧게 영화로 담아 죄송하다. 많은 분이 영화를 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처음 '공기살인' 연출은 제작사 대표가 제안했다.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6년이 걸렸다. 사건을 알면 알 수록 분노했고 내 이야기 같았다. 꼭 해야할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해냈다. 우리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봐주시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어 "결말을 실제 사건과 다르게 표현했다.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 이번 사건의 조정안을 잘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진정어린 사과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가족을 잃었는데 액수가 어떤 의미가 있겠나? 끊임 없는 사과가 필요한 것 같다"고 의의를 뒀다.
더불어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현재 진행영이다. 그래서 매번 업데이트를 해야 했다. 숫자 놀음이 아니라 이들이 어떻게 입막음을 하고 막으려 노력해야 했는지에 집중했고 그래서 만들어진 캐릭터들이었다"며 "너무 훌륭한 배우들이 출연해줬다. 배우를 향한 믿음이 있고 너무 최고의 배우들과 함께했다고 생각한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공기살인'은 김상경, 이선빈, 윤경호, 서영희 등이 출연했고 '노브레싱'의 조용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2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TCO더콘텐츠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