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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제약사 오너, '포스트 코로나' 돌파구 뚫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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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잇따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재계는 새로운 수장과 이사회 소식을 분주히 알렸다. 제약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제약업계 주총 시즌에 단연 화제가 된 것은 새롭게 이사회 멤버가 된 '80년대생' 오너가 3-4세들이다. 이번에 신규 사내 이사로 이름을 올린 '밀레니얼 세대'로는 김정균 보령 사장, 김동한 한독 경영조정실 상무, 백인환 대원제약 마케팅본부 본부장 등이 대표적이다.

제약업계에서는 보수적인 업계 특성상 30대인 이들의 젊은 리더십이 새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옮겨가는 중요한 시점이기도 한 만큼, 시험대에 오른 이들에 대한 관심은 더 크다.

지난달 25일 열린 주총에서 사명을 '주식회사 보령(Boryung Corp.)'으로 변경한 보령제약은 1985년생인 김정균 보령홀딩스 대표이사를 신규 사내 이사로 선임하면서 이사회 의장으로 올렸다. 보령은 오너인 김 대표이사와 전문경영인 장두현 대표이사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사업회사인 보령제약과 지주회사인 보령홀딩스 수장을 겸하게 된 김 대표는 창업주인 김승호 명예회장의 외손자이자, 김 명예회장의 장녀인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의 아들이다. 2010년 어머니 성을 따라 유씨에서 김씨로 개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 미시건대학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중앙대학교에서 사회행정약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회계법인 삼정KPMG 출신으로 2014년 보령제약에 이사대우로 입사해 전략기획팀, 생산관리팀, 인사팀, 경영기획실을 두루 거쳤다. 2019년 보령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데 이어, 지난 1월 보령제약 사장이 되면서 '책임경영' 체제를 공고히 했다.

지난달 24일 주총에서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된 김동한 한독 경영조정실 상무는 1984년생이다. 창업주 고(故) 김신권 명예회장의 손자로, 김영진 현 회장의 장남이다. 김 상무는 사업보고서에 올라간 이름이 'KIM DANIEL DONG HAN'으로, 미국 국적이라는 것 외에는 알려진 점이 별로 없다. 2014년 한독 입사 후 주로 경영조정실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2019년 이사, 2020년 상무보로 승진한 바 있다. 한독 최대 주주인 비상장회사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역시 1984년생으로 지난 25일 주총에서 대원제약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백인환 마케팅본부장(전무)은 백부현 창업주의 맏손자이며, 백승호 회장의 장남이다. 사업보고서에는 'BAEK JONATHAN IN'이란 이름으로 올라있다. 미국 브랜다이즈대 졸업후 삼정KPMG를 거쳐 2011년 대원제약에 입사했다. 해외사업과 신사업팀을 이끌며 2016년에는 상무, 2019년에는 전무로 승진했다. 특히 짜먹는 감기약 '콜대원'의 성공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콜대원은 지난 2015년 출시 당시 5억원대였던 매출이 지난해 60억원대를 기록할 정도로 '히트상품'이 됐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재택치료자가 급증한 가운데, 콜대원이 대표 상비약으로 꼽히면서 올해 매출은 250억~300억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다.

신규 선임은 아니지만,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의 장남인 윤인호 전무의 경우 지난달 30일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며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 승진이 확정됐다. 1984년생인 윤 신임 부사장은 윤도준 회장의 장남으로, '제2의 창업자'로 꼽히는 보당 윤창식의 증손자다.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후 2013년 동화약품에 과장으로 입사해 2018년 상무로 승진했고, 2019년 3월 등기 임원으로 이사회에 합류한 바 있다. 누나인 윤현경 상무는 여전히 미등기 임원이다. 윤 부사장은 동화약품에 유리병 용기를 납품하는 비상장 계열사 동화지앤피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동화약품의 최대 주주인 동화지앤피의 지분은 윤 부사장이 설립한 DWP홀딩스가 100% 보유하고 있다. 윤 부사장이 실질적인 동화약품 지배구조 정점에 서 있는 셈이다.

이처럼 이사회에 합류해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하게 된 MZ세대 오너 3-4세들은 오너십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신약 개발을 통한 글로벌화가 국내 제약사들의 주요 화두로 등장했고, 업계의 성장세가 둔화될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가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오너 3-4세들이 신약 개발이나 헬스케어 분야 신사업 등을 통해 글로벌 진출 등을 타진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초고속 승진을 통해 젊은 나이에 경영자로 나섰다는 점에서 시행착오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글로벌 혁신약 개발의 경우 1조원 이상의 자본과 14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같은 산업 특성을 고려하면 전문경영인이 끌고 가기엔 한계가 존재한다. 큰 리스크를 가진 사업을 오랜 기간 끌고갈 수 있다는 점에서 나이를 막론하고 오너십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도, "나이가 곧 혁신은 아닌 만큼, 오너 3-4세들이 기존 오너들의 도전적인 면모를 이어 산업 도약 적기인 현재 상황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