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오랜만에 깔끔한 한국형 액션 영화가 등장했다.
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영화 '야차'(감독 나현)는 스파이들의 최대 접전지 중국 선양에서 일명 '야차'가 이끄는 국정원 비밀공작 전담 블랙팀과 특별감찰 검사, 그리고 각국 정보부 요원들의 숨막히는 접전을 그린 작품이다.
첩보 액션이라는 말은 한국 영화에서 꽤 생소한 장르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긴 하지만 한국에서 이렇다할 첩보 액션물은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작품이 없다. 그만큼 긴박한 스토리와 액션을 완벽하게 버무리기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야차'는 꽤 성공적인 작품이다. 아드레날린이 마구 뿜어져 나오는 액션이 쉴틈없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설경구는 어떤 역할을 맡겨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배우라는 사실을 '야차'에서도 입증했다. 꽤 고난이도의 액션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야차' 지강인 캐릭터를 무리없이 그려냈다.
'야차'는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 대열에 들어선 박해수라는 배우의 색다른 면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박해수는 특별 감찰 검사 '나이키' 한지훈 역을 맡아 위트와 정의로움을 겸비한 검사를 깔끔하게 연기했다. 게다가 그의 수트핏은 언제봐도 딱 떨어진다.
"액션 연기를 기다려왔다"며 과감히 숏컷 헤어스타일을 선택한 홍일점 이엘의 연기 역시 흠 잡을 곳 없다. 그동안 한국의 여배우에게서 보기 힘든 고난이도의 총격 액션을 할리우스 스타일로 소화해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블랙팀 요원 송재림과 박진영 그리고 넉살 좋은 양동근까지 '선양에 정말 국정원 블랙팀이 있다면 저럴 것'이라는 느낌을 들게 한다.
선양 갱단 리더 '일레븐'으로 등장하는 대만 배우 요이제(야오이티)의 임팩트 있는 연기도 볼만하다. 대만의 미녀배우 요이제는 '야차'에서 '저 배우 누구야'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강렬하면서도 눈에 띄는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간간히 할리우드식 위트를 따라잡으려고 했지만 '인사 잘한다'류의 유머는 헛웃음을 짓게 하는 면이 있다.
스토리는 기존 첩보액션 영화의 클리셰를 완벽히 탈피했다고 보기 힘들다. '두더지'라고 불리는 언더커버를 찾아내는 이야기는 아직도 흥미롭지만 식상한 면이 있다. 그리고 이 '두더지'는 전세계 스파이들의 첩보전쟁을 순식간에 소규모 국지전으로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이런 식상함을 '야차'는 배우들의 연기로 커버하고 있다. 첩보액션이라는 장르가 '두더지'를 찾아내는 스토리라인에서 벗어나야하는 것은 영화를 만드는 모든 이들의 숙제다. 그래도 '야차'가 한국형 첩보액션의 미래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현재로서는 충분히 볼만한 영화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