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마음은 굴뚝…아닙니다(웃음)."
5일 광주 챔피언스필드. 한화 이글스전을 앞둔 KIA 타이거즈 김종국 감독은 속내를 애써 감췄다.
이날은 김 감독의 사령탑 데뷔 후 세 번째 경기였다. 개막전이었던 2일 광주 LG 트윈스전에서 0대9로 패했던 KIA는 3일 LG전에서도 2대3으로 고개를 숙였다. 코로나 시대 이후 2년여 만의 100% 관중, 올 시즌 나성범-양현종을 영입하며 '가을 다크호스'로 거론되는 KIA를 지켜보기 위해 1만여 홈 팬이 이틀 연속 챔피언스필드를 찾았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타이거즈 레전드로 출발해 선수-코치로 잇달아 우승을 맛봤던 김 감독에겐 내심 자존심이 상할 만한 결과물이었다.
김 감독은 애써 속내를 감췄다. 첫승에 대한 물음에 "마음은 굴뚝"이라고 운을 떼다 급히 손사래를 친 김 감독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고 간절한 플레이 해주길 바랄 뿐이다. 그러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나"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조급함으로 비춰질 수 있는 자신의 한 마디가 연패 부담을 안은 선수들에게 끼칠 악영향을 의식했다.
기다림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이날 KIA는 한화에 재역전승을 거두면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경기 초반 잡았던 리드를 7회초 빼앗겼지만, 8회말 찬스에서 역전에 성공하며 결국 승리를 안았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선수단으로부터 첫 승 꽃다발과 기념구를 받으며 활짝 웃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감독 첫 승이라 의미가 큰 거 같다. 무척 기쁘기도 하면서 약간 얼떨떨하기도 하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날 경기를 두고는 "위기 상황에서 비록 3실점을 하긴 했지만 1점차였기 때문에 후반에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했다"며 "개막전 내용이 좋지 못했고 LG와의 2차전에서 1점차 승부를 뒤집지 못해 부담감이 있었는데 선수들이 잘해줘서 오늘 승리할 수 있었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2전3기만에 이룬 첫 승이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먼 KIA와 김 감독이다. 김 감독은 "앞으로가 중요할 거 같다. 내일도 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