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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도 연습한다" 14년차 베테랑의 개막전 번트. 차이를 만든 '디테일'이 빛났다 [SC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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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1점차로 앞선 살얼음 리드, 베테랑의 절묘한 번트가 흐름을 바꿨다. 롯데 자이언츠가 '올해는 다르다'를 온몸으로 외치는 듯한 순간이었다.

안치홍은 올해로 데뷔 14년차를 맞이한 32세의 베테랑 내야수다.

허를 찌르는 도루나 번트보다는 선구안과 한방이 돋보이는 선수다. 안치홍의 희생타는 1년에 평균 6개 가량. 프로 4년차 이후로는 두자릿수를 기록한 적이 없다. 하나도 없는 시즌도 있다.

하지만 '번트를 대지 않는다'와 '대지 못한다'는 큰 차이가 있다. 타자가 누구든 상황에 따라 번트를 댈 수 있어야한다는 게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의 지론이다. 그는 이미 지난해부터 "이대호도 번트 연습을 하고 있다"며 롯데의 팀 정체성으로 '디테일'을 강조한 바 있다.

KBO리그 개막전이 열린 2일 고척스카이돔. 2-1 1점차로 앞선 8회 무사 1루. 안치홍의 번트는 달라진 롯데 야구가 디테일 하나로 흐름을 뒤엎는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앞서 박승욱이 안타를 치고 출루한 상황. 키움 히어로즈의 누구도 안치홍이 초구에 번트를 댈 거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다. 이날 여러차례 호수비를 보여준 3루수 전병우는 3루 뒤쪽에 깊은 수비를 펴고 있었고, 베테랑 포수 이지영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마운드 위 김성진은 한층 크게 당황했다. 김성진은 올해 25세. 백척간두의 상황에 홍원기 감독이 믿고 투입할 만큼 인정받는 투수다. 하지만 프로에 입문한지는 이제 2년차.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

하물며 그 번트가 실로 절묘했다. 속도를 그리 죽이지 않으면서도 3루쪽 라인을 타고 흐르는 코스. 걸음이 빠르지 않은 안치홍도 1루 경합이 가능할 정도였다. 예상치 못했던 번트에 손발이 어지러워진 김성진은 공을 더듬으며 1루에 송구조차 하지 못했다. 치열하게 맞서던 흐름을 완전히 깨뜨린 한방이었다.

이후 롯데는 이어진 1사 만루에서 이대호의 포수 앞 땅볼 때 이지영의 실책으로 결정적인 2점을 따냈다. 이지영의 태그를 피해 홈으로 파고든 박승욱의 주루 플레이와 이대호의 1루 전력질주가 뜨겁게 교차했다. 사실상 이날의 승패가 갈린 순간.

이어 이대호의 대주자로 나선 신용수가 2루 도루를 성공시키며 또다시 김성진과 키움 내야를 흔들었고, 한동희와 지시완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5득점 빅이닝이 만들어졌다. 디테일의 차이가 거듭 쌓여 승부의 향방을 결정지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