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기록 위해 던졌다 부상이 발생하면 손해라 참았다."
SSG 랜더스의 외국인 투수 윌머 폰트. 그는 왜 KBO리그 40년 역사 최초의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을까.
폰트는 2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개막전에 선발로 등판했다. 시즌 첫 경기부터 불꽃같은 투구를 했다. 1회 첫 타자 박건우의 타구가 쭉쭉 뻗어나갔는데, 중견수 최지훈이 그림같은 수비로 최소 2루타를 막아줬다. 여기에 긴장이 풀렸는지 폰트는 이후 단 한 차례 위기도 없이 NC 타선을 요리했다.
이닝이 지날수록 폰트의 투구는 위력이 배가됐다. 5회가 끝났는데, 1루를 밟은 NC 타자는 없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7회말 박건우, 손아섭이 포함된 상대 1~3번 타순도 다 잡아냈다. 2이닝만 더 버티면 KBO리그 최초 퍼펙트를 달성할 수 있었다.
문제는 타선이었다. 폰트가 호투하는 사이 1점을 뽑지 못했다. 7회 무사 1, 2루 찬스를 날린 게 너무나 뼈아팠다. 폰트는 9회말까지 삼진 9개를 곁들이며 퍼펙트 피칭을 했다. 다만, 경기가 0-0이라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그저 KBO 역대 최초 9이닝 퍼펙트일 뿐이었다.
하지만 찬스가 있었다. 10회초 타선이 한꺼번에 4점을 뽑은 것이다. 1점이라면 모를까, 4점은 충분히 여유가 있었기에 폰트도 퍼펙트 대기록에 도전을 해볼만 했다.
하지만 SSG는 마무리 김택형을 올렸다. 김택형이 2사 후 손아섭에게 볼넷을 내줘 역대 최초 '팀 퍼펙트' 기록도 깨졌다. 폰트는 퍼펙트 눈앞에서 그냥 승리투수에 만족을 해야 했다.
폰트는 경기 후 "스프링캠프부터 평소와 똑같이 시즌을 준비했다. 첫 경기부터 그걸 보여줘 너무 기쁘다"고 했다.
퍼펙트가 무산된 게 아쉽지 않느냐고 묻자 "타자들이 점수를 못낸 건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던지는 동안 좋은 수비를 해줘 그 부분에 너무 감사했다. 오늘 9이닝 퍼펙트도 한 팀으로 만든 기록이다. 공식적인 기록은 아니지만, 내 머릿속에 기억되는 기록을 남겼으니 상관 없다. 팀이 이겼기 때문에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폰트는 10회 마운드에 오르고 싶지 않았나고 묻자 "마음은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안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첫 경기였다. 스프링캠프부터 100구 이상을 던져본 적이 없었다. 기록을 위해 던졌다 부상이 생기면 손해니 참았다"고 밝혔다. 폰트는 9회까지 104개의 공을 뿌렸다. 폰트는 다시 한 번 40년 역사의 대기록 첫 번째 페이지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것에 대해 "팀이 이겼기에 실망하거나 그런 건 없다. 이 분위기를 이어 우승까지 가고 싶다"고 밝혔다.
SSG 김원형 감독도 "투구수를 고려해 폰트를 교체했다"고 짧게 코멘트했다. 주장 한유섬은 "팀이 승리한 건 기쁘지만 최고의 피칭을 보여준 폰트가 퍼펙트를 기록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이번 시즌 스트라이크존 변화로 폰트가 수혜자가 될 거란 분석이 많았다. 워낙 타점이 높아, 높은쪽 직구를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면 위력이 배가될 수밖에 없었다. 폰트는 "올시즌 던지는 게 너무 편해졌다. 작년에 볼이 됐던 높은 직구들이 올해는 스트라이크다. 나에게는 너무 유리한 조건이 됐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창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