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무엇이든 버겁게 느껴지는 요즘, 몸도 마음도 가볍게 '덜어내기'를 통한 건강 지키기가 한창이다.
'카페인 디톡스'도 그 중 하나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걱정과 오랜 '집콕'생활로 수면장애(불면증)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면서, 숙면을 방해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카페인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수면의 질이 면역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만큼, 과다 섭취시 불면증의 원인이 되는 카페인의 적정 섭취량 및 디카페인 커피 등이 주목받고 있다.
▶하루 아메리카노 3잔 넘게 마시면 카페인 과다 섭취
제대로 잠을 잘 수 없는 상태를 일컫는 수면 장애는 인구의 20% 이상이 경험할 정도로 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1 건강생활 통계정보'에 따르면, 2019년 63만 6061명이던 수면장애(불면증) 진료 인원은 2020년 65만 6391명으로 3.2% 늘었다. 2020년 기준 수면장애 진료 인원은 인구 10만명당 1278명에 달한다.
수면장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카페인은 각성상태 유지로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하는 '양날의 검'이다. 적당량을 섭취하면 피로 경감과 집중력 강화, 졸음을 쫓아 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위산분비 증가로 소화력 증진, 이뇨작용으로 노폐물 배설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반면 과다 섭취 시에는 신경과민, 심장 박동수 증가, 불면증 등을 유발할 수 있고, 위산과다 분비로 위 점막 손상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각성을 위해 찾는 카페인의 주요 소스는 단연 커피다. 국내 커피 소비가 늘면서 카페인에 대한 관심과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성인 1인당 연간 평균 커피 소비량(2018년 기준)은 353잔으로, 세계 평균(132잔)의 3배에 육박한다. 반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51분으로, OECD 회원국 평균 시간인 8시간 22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커피 소비는 더 늘었다. 지난 21일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 수입액은 전년보다 24.2% 증가해 사상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카페인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권고하는 카페인 일일 최대 권장 섭취량은 체중 60㎏ 성인 기준 400㎎ 이하, 임산부는 300㎎ 이하, 소아청소년은 체중 1㎏당 2.5㎎ 이하다. 2018년 한국 소비자원이 커피전문점 15곳과 편의점 5곳의 테이크아웃 원두커피 36개 제품을 대상으로 카페인 함량을 조사한 결과, 아메리카노 한 잔당 카페인 평균 함량은 125mg(75∼202mg)였고, 콜드브루는 212mg(116∼404mg)으로 조사됐다. 일반 성인이 하루 3잔 넘게 마시면 적정량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카페인을 지속적으로 과다 섭취하게 되면 중독 위험 역시 커진다. 불면증은 두통과 함께 대표적인 카페인 중독 의심 증상이다. 수면 부족으로 인한 피로에서 벗어나기 위해 카페인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불면증 증세를 악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쉽다.
식약처에서는 카페인 과다 섭취 방지를 위해 2020년부터 커피전문점과 제과점 등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커피에도 '총 카페인 함량'을 표시하도록 했다. 메뉴판이나 홈페이지에서 카페인 함량을 찾아볼 수 있으니, 총 섭취 상한선을 넘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카페인 섭취량 서서히 줄여야…디카페인 커피 '대안'으로
불면증 관련 카페인 주의 사항은 대한수면학회가 권장하는 '잠을 잘 자기 위해 지켜야 할 리스트' 중 상단에 위치한다.
'잠자리에 들기 4~6시간 전에는 커피 등 카페인을 복용하지 않는다. 하루에 복용하는 카페인의 총량도 줄인다'는 내용이 골자다.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은 점심시간 이후에는 카페인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의 체내 반감기(약물의 농도가 초기의 절반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는 일반 성인 기준 3~10시간으로 개인차가 있다.또한 갑작스런 섭취 중단 보다는 서서히 양을 줄여나가는 것이 권장된다. 카페인 섭취를 갑자기 줄이면 두통·피로는 물론 산만하고 우울해지는 금단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카페인이 상대적으로 덜 들어있는 차를 마시거나 디카페인 커피와 번갈아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디카페인 커피는 건강한 수면을 위한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건강을 챙겨야 하지만 커피를 포기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겨냥해, 최근 커피전문점은 물론 인스턴트 커피, 캔·병 등의 형태로 된 RTD(Ready To Drink) 커피 등에서도 디카페인 라인업이 점차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밤 시간이 아니더라도 이미 2잔 이상 커피를 마신 사람들이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예전에 비해 디카페인 커피 풍미가 좋아지면서, 임산부나 카페인 섭취에 민감한 소비자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많이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디카페인 원두 수입량은 4737톤으로 전년의 3712톤에 비해 27.6% 증가했다. 전체 원두 수입량은 7.27% 증가했지만, 디카페인 원두 증가율은 4배에 육박한다. 금액으로는 4625만달러(558억원)로 전년 대비 42% 늘었다. 마켓컬리의 지난해 디카페인 커피 제품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7% 급증했다. G마켓에서도 지난해 디카페인 커피 판매량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76%, 디카페인 캡슐커피는 59% 각각 증가했다는 통계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디카페인 커피라도 카페인이 '제로'인 것은 아니다. 식약처에서 내놓은 디카페인 커피 기준은 카페인 함량 3% 이하다. 카페인에 극도로 예민한 사람의 경우 소량의 카페인에도 밤잠을 설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