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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주의 헌신, 만년 하위권 인천을 아챔 도전 '킹천'으로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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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난 20일 인천 유나이티드-성남FC전서 달라진 이명주(32·인천)를 확인했다. 한때 최고의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로 군림했던 '크랙'은 등번호 5번에 어울리는 헌신적인 미드필더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랜 아랍에미리트(UAE) 생활에 검게 그을린 피부는 이명주의 파이터 기질을 돋보이게 하는 것 같았다. 이명주는 이날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4개의 태클, 8개의 볼차단을 기록했다. 지상 경합 성공횟수(6회)와 파울횟수(4회)는 공동 최다였다. 이번 시즌 6경기에서 기록한 태클(9회), 지상 경합 성공횟수(20회)도 팀내 최다. 이러한 활약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공격의 시발점 역할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명주는 성남전 후반 12분, 아길라르가 페널티를 얻는 과정에서 중원에서 공을 차단해 역습을 이끌었다. 키커로 나선 무고사가 결승골을 넣어 인천이 1대0으로 승리했다. 지난 1일 강원 원정에서 후반 41분 김준엽에게로 향한 '장거리 택배'의 발송지 역시 이명주였다.

이명주의 나이 32세. 혼자 힘으로 '하드캐리'하기 쉽지 않다는 걸 깨달은 이명주는 자연스러운 변신을 택했다. 익숙한 등번호 29번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의 상징인 5번을 택한 이유다. 평소 첼시 미드필더 조르지뉴의 영상을 자주 본다는 이명주는 조르지뉴의 장점을 흡수해 K리그 무대에서 펼쳐보이고 있다.

이명주는 24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헌신적인 플레이에 신경쓰는 게 맞다"며 "포항 시절 김태수, 황지수 형의 플레이를 보고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이명주와 여 름(33)이 지키는 '새로운 중원'은 인천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이명주는 주변 동료 덕에 자신이 빛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명주 덕에 주변 동료들이 빛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볼키핑과 패스, 전진성을 겸비한 이명주가 헌신성을 더하자 인천 중원은 '어나더 클래스'로 바뀌었다.

매시즌 1부 잔류 싸움의 주인공이었던 인천은 초반 6경기에서 단 2골만을 내주는 '짠물수비'를 바탕으로 4승1무1패 승점 13점을 따내며 24일 현재 2위까지 치고 올라섰다. 요즘 팬들은 왕을 뜻하는 '킹'을 붙여 인천을 '킹천'이라고 부른다.

UAE 알 와흐다를 떠나 올해 인천에 입단한 이명주는 "지난 시즌 인천의 성적과 수비수 형들이 중심이 된 선수단 구성, 조성환 감독님의 축구에 대한 열정을 보고 올해 인천이 좋은 모습을 보일 것 같았다. 내심 우승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은 내달 2일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다. 선두 울산 현대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평소 울산의 패스 축구를 높게 평가했다는 이명주는 멋진 경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