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오타니 룰'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100년에 한 번 나오는 선수를 위해 규칙을 바꾸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3일(한국시각) 투수가 강판 후에 지명타자 자리에 배치될 수 있는 이른바 '오타니 룰'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투타 겸업 선수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LA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를 위한 규칙인 셈이다. 지난해 올스타전에서 이벤트 형식으로 처음 시도됐다. 올해는 아예 정규시즌 규칙을 바꿨다.
오타니는 지난 시즌 선발투수 겸 1번 혹은 2번타자로 자주 출전했다. 투구를 마치고 타자로 게임을 끝까지 소화하기 위해 남은 이닝은 외야수로 뛰는 고육지책을 썼다.
마운드에서 내려와 지명타자 자리에 설 수 있다면 체력 안배는 물론 부상 방지에 큰 도움이 되고 오타니의 타석 수도 훨씬 늘릴 수 있다. 2021년 46홈런을 때린 오타니가 더 많은 타석에 들어온다면 큰 공격력 증대가 기대된다.
하지만 이 변화로 혜택을 볼 선수와 구단이 사실상 오타니와 에인절스 뿐이라는 점이 문제다. 오타니처럼 투수와 타자로 주전급 활약을 펼치며 시즌을 완주할 선수가 다른 구단에는 없다.
뉴욕 라디오방송 WFAN의 스위니 머티 기자는 "오타니 룰이 더 많은 투타겸업 선수를 배출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투수가 모든 레벨에서 타격을 하지 않게 된 데에는 이유가 다 있다. 100년에 한 번 나오는 선수가 또 나오기를 바랄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댈러스 모닝뉴스의 에반 그랜트 기자도 오타니 룰을 비판했다.
그랜트는 "오타니를 홍보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점은 동의한다. 그러나 이 규칙은 에인절스가 부당하게 이득을 본다. 26인 로스터에서 투수를 최대 13명 쓸 수 있다면 에인절스는 14명까지 쓰게 되는 것이다"라 꼬집었다.
그랜트는 이어서 "투타겸업 선수가 더 많이 나온다면 환영할 일이다. 이런 방법만으로는 안 된다. 경기에서 많아야 1~2명에게 영향을 주는 규칙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라며 회의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