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해결사는 역시 '캡틴' 손흥민(토트넘)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은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에서 전반 추가시간 터진 손흥민의 결승골과 김영권의 연속골을 앞세워 2대0으로 이겼다. 2011년 아시안컵 8강전 승리 후 11년만의 이란전 승리였다. 벤투호는 이날 승리로 이란을 따돌리고 조 1위로 올라섰다.
숙적 이란을 상대로 하는 겅기, 그것도 만원 관중 앞에서 하는 경기, 분위기는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이란은 타레미, 자한바크쉬 등이 코로나 이슈로 제외되며 정상 전력을 구축하지 못했다. 물론 한국 역시 코로나로 몇몇 선수들이 제외됐지만, 한국에 유리한 경기가 될 것이라 했다.
하지만 경기는 잘 풀리지 않았다. 미끄러운 잔디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이란의 조직적인 수비에 고전하는 양상이었다. 이렇다할 슈팅 기회도 만들지 못했다. '역시 이란은 쉽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던 전반 추가시간, 손흥민의 발끝이 번쩍였다. 왼쪽을 돌파하던 손흥민은 특유의 강력한 중거리슛을 날렸다. 무회전으로 날라가던 볼은 이란 골키퍼의 손에 맞고 다시 몸에 맞고 골라인을 넘었다.
상암벌을 가득 메운 6만4000여명의 팬들이 우뢰와 같은 함성을 질렀다. 손흥민은 특유의 카메라 세리머니로 순간을 함께 했다.
사실 손흥민 입장에서 쉽지 않은 경기였다. 손흥민은 21일 웨스트햄전에서 멀티골을 쏘아올린 뒤, 22일 오후 늦게 귀국했다. 23일 단 하루 훈련하고 경기에 나섰다. 물론 손흥민이 이런 스케줄에 적응했다고는 하지만, 말그대로 살인적인 스케줄이다. 손흥민은 이전까지 코로나로 연기된 토트넘의 경기 일정을 쉼없이 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부진한 경기를 하며 '기복 논란'까지 있었다.
붉은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또 다른 모습이었다. 책임감 넘치는 플레이로 대표팀의 분위기를 바꿨다. 그리고 가장 필요한 순간 득점에 성공했다. 손흥민은 박지성 이후 최초로 이란전 연속 득점에 성공한 선수가 됐다. 손흥민은 지난 이란 원정에서도 득점에 성공했다.
손흥민은 후반 결정적인 3번의 찬스를 아쉽게 놓쳤다. 하지만 이 전 한방으로 이미 경기 흐름은 바뀌었다. 대표팀은 후반 17분 김영권의 추가골을 묶어 시원한 승리를 거뒀다. 이란 격파의 선봉에 서며 새 역사를 쓴, 역시 손흥민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