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내가 어디 출신인지를 생각하면, 여기 있는게 말이 안된다."
리즈 유나이티드 제시 마치 감독(49)이 지난 20일 울버햄턴을 2대0으로 꺾고 한 말이다.
대체 출생지가 어디길래 그런걸까.
마치 감독은 마이클 조던이 라스트 댄스를 췄던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정확히는 인구 7만7천명의 작은 공업도시 라신 출신이다. 대부분이 공장 노동자로 구성된 도시였고, 마치의 부모도 다르지 않았다. 마치의 부친은 일을 하다 사고로 손가락을 잃기도 했다.
"아버지는 나와 내 남동생에게 늘 말씀하셨다. '시작했으면, 중간에 끝내지 말고, 끝을 보라.' 열심히 일하는 것에 대해 입이 닳도록 말씀하셨다." 마치가 영국 일간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마치가 축구를 접한 건 5살 때다. 집에 놀러온 사촌이 마당에서 공을 차면서 '이게 축구라는 거야'라고 말해주었다. 부모에게 '축구가 하고 싶다'고 졸랐다. 마치의 부모는 '좋아, 그런데 어디서?'라고 되물었다. 1970년대 시카고에서 유럽식 축구를 하는 이들을 찾기 어려웠다. 야구, 아이스하키, 농구가 인기 스포츠였다.
동네 축구팀을 어렵게 찾아가 축구를 시작한 금새 축구의 매력에 푹 빠졌다. 축구 특기로 명문 프린스턴대에 입학해 대학 리그를 누빈 마치는 10년 넘게 미국프로리그(MLS)를 누볐다. 이후 뉴욕에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고, 축구를 공부하기 위해 유럽으로 날아와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를 지휘할 기회를 잡았다. 잘츠부르크에서 함께한 선수 중엔 황희찬도 있다.
미국인이 유럽 무대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았다. 축구에 대한 접근방식이 달랐고, 새로운 언어도 배워야했다. 마치는 "억양 때문에 조롱받는 것보다 훨씬 더 불공평한 일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잘츠부르크에서 만난 랄프 랑닉(현 맨유 감독대행)은 축구의 눈을 뜨게 해준 '은사'였다. 그는 "랑닉을 만나기 전까지 내가 아는 축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독일 출신 지도자들의 축구는 아주 디테일하고 구체적이었다. 랑닉은 내 머리가 터질 정도로 새로운 사고방식을 주입했다. 나는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라이프치히 커리어는 술술 풀리지 않았다. 4개월만에 성적부진 등의 이유로 경질됐다. 하지만 잘츠부르크 시절부터 선보인 참신한 모습에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의 후임을 찾던 프리미어리그 클럽 리즈가 손을 내밀었다. 시카고 출신이 영국의 축구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시 요크셔에 입성한 순간. 마치는 "오스트리아에서 첫 인터뷰를 할 때 '챔피언스리그를 꿈꾸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는 '꿈도 못 꾼다'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챔피언스리그를 집에서 시청하는 게 꿈이었다. 지금과 같은 현실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마치는 불가능은 없다는 걸 증명해보이고 있다. 강등 위기에 직면한 리즈 부임 후 2연패를 기록한 마치 감독은 최근 2연승 반전을 이끌고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