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 구단주들 가운데 최고 부자로 꼽히는 뉴욕 메츠 스티브 코헨이 간판투수 제이콥 디그롬(34)과의 연장계약을 올시즌에는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MLB.com의 14일(한국시각) 보도에 따르면 코헨은 "올시즌은 그대로 치른다. 그리고 생각해 볼 것이다. 제이크는 제 할 일을 하면 된다"며 "우리는 제이크를 사랑한다. 적절한 시점이 오면 연장계약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헨은 현역 최강 에이스로 꼽히는 디그롬에게 무슨 서운한 일이 있는 것일까. 단장이나 감독이라면 모를까 구단주가 특정 선수의 계약 문제를 직접 거론하는 건 드문 일이다. 게다가 부정적 뉘앙스가 잔뜩 풍겨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메이저리그 구단주들의 재산 순위에서 코헨은 159억달러(약 19조원)로 1위를 차지했다. 헤지펀드 매니저로 '포인트72 어셋 매니지먼트'를 설립한 코헨은 8%만 가지고 있던 메츠 구단 지분을 2020년 9월 24억달러를 들여 대량 인수하면서 97.2%로 확대해 명실상부한 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디그롬과의 연장계약 보류는 손해보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 펀드 매니저의 날카로운 분석에서 비롯됐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디그롬이 누구인가. 게릿 콜(뉴욕 양키스), 맥스 슈어저(메츠)와 함께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선발 '빅3' 아닌가. 신인상을 받았고 두 차례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코헨의 의사결정에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 디그롬은 지난해 팔 부상으로 7월 초 시즌을 접었다. 2018년부터 최근 4년간 4번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나이 서른을 넘기면서 부상이 잦으니 '건강'에 대한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디그롬은 올시즌 후 옵트아웃, 즉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그는 2019년 시즌 개막 직전 5년 1억3750만달러에 계약하면서 2022년 시즌 후 옵트아웃 권리, 트레이드 거부조항, 2024년 3250만달러 구단 옵션 등의 내용을 담았다.
올시즌 후 FA를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연장계약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디그롬은 이 권리를 행사할 것으로 예상됐다. 2018~2019년 연속 사이영상을 수상했고, 2020년에도 12경기에서 68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2.38, 104탈삼진을 올리며 전성기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부상을 당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MLB.com은 '메츠 입장에서는 지금 디그롬과 연장계약을 하는 건 이번 오프시즌서 재활이 잘 이뤄졌는지를 확인하기도 전에 앞으로 몇 년간 건강 위험이라는 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플로리다주 포트세인트루시 캠프에 합류한 디그롬은 몸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벅 쇼월터 메츠 감독에 따르면 디그롬은 캠프에 오기 전 피칭 훈련을 어느 정도 소화해 이날 불펜피칭을 무난하게 실시했다. 빌리 에플러 메츠 단장도 "디그롬에 관해 특별한 보고를 받지는 않았다. 그는 운동장에 나와 정상적으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말은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평소 메츠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는 게 목표라고 했던 디그롬에게 구단주가 언론에 대놓고 연장계약 유보를 선언한 건 예상했더라도 섭섭한 일이다. 분명한 건 나이와 부상에 관대한 구단은 없다는 사실이다. 이날 LA 다저스와 겨우 1년 계약을 한 클레이튼 커쇼도 예외가 아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