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이대호가 은퇴투어를 안하면 누가 합니까?"
'은퇴투어 확정' 소식을 접한 야구계의 일치된 반응이다. '조선의 4번'이란 별명처럼, 역시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는 논란 없이 특별했다. KBO리그 10개 구단 모두의 뜻이 하나로 모였다.
은퇴투어 여부를 두고 팬들의 갑론을박이 오갔지만, 야구계는 '이대호는 KBO리그에 특별한 존재'라는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10개 구단 단장들이 모인 KBO 실행위도, 이사회도 '만장일치'였다. KBO는 14일 잠실에서 열릴 올스타전과 더불어 이대호의 KBO 공식 은퇴투어 사실을 알렸다.
사상 초유의 타격 7관왕의 주인공이자 역대 유일의 타격 트리플크라운(타율 홈런 타점 1위) 2회 달성자다. 12년간 국가의 부름을 마다하지 않고 7번이나 태극마크를 달았다. 2006 아시안게임과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2015 프리미어12 우승 등 한국 야구의 영광된 자리에는 언제나 이대호가 함께 했다.
최전성기 5시즌간 KBO를 비우고도 올해로 17시즌째 건강하게 뛴다. 통산 홈런 공동 3위(351개) 타점 5위(1324개) 타율 3할7리 OPS(출루율+장타율) 0.901의 괴물 같은 통산 성적도 돋보인다.
이대호는 거창한 은퇴투어에 대해 부담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한번 뱉었으니 책임진다"며 은퇴 번복 가능성은 일축했다. 다만 "은퇴식한다고 하면 그 일주일 전부터 우울할 것 같다. 팀에도 안하고 싶다고 했다. 그보다는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던 전국의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것이 이대호가 준비한 마지막 인사였다.
하지만 KBO는 공식적인 은퇴 투어를 결정했다. 2017년 이승엽(전 삼성 라이온즈) 이후 5년만이다. 10개 구단 수뇌부 모두가 이대호의 남다른 존재감과 가치에 대해 인정한 것. 리그에 남긴 업적이나 국가대표로서의 활약상 모두를 고려해도 은퇴투어를 받기에 충분한 선수라는 데 뜻을 모았다.
한편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하는 KBO의 위기감이 담긴 선택이기도 하다. 지난 2시즌은 무관중, 제한 관중으로 치러졌다. KBO리그의 앞날에 대해 관계자들의 우려가 크다. 야구와 멀어진 팬들의 마음을 다시 그라운드로 돌려놓을 수 있는 스토리다. 다시한번 뜨겁게 붐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마침 이대호는 1982년생이다. 프로야구의 역사와 함께 해온 '출범둥이'라서 더욱 뜻깊은 올해다.
소식을 접한 이대호는 "기쁘고 감사하지만 부담스럽다.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는 속내를 전하는 한편 "다함께 즐기는 분위기로 (선수생활을)마무리하고 싶다. 나 혼자 하는 은퇴식이 아닌 팬들과 함께 하는 행사(사인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대호가 돌아본 '아름다운 시절'은 2008~2010 로이스터 감독의 시대였다. 롯데가 8888577의 비밀번호를 끝내고 짧게나마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도약했던 때다. 2001년 데뷔 이래 한국시리즈 경험이 없는 이대호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마침 래리 서튼 현 롯데 감독 역시 그때와 같은 '공격적으로 치고, 적극적으로 뛰는 야구'를 추구하고 있다. 이대호는 선수로서 마지막 시즌을 행복하게 마무리할 준비를 마쳤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