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유격수 출전은 3년만인데…(정)훈이 형 덕분에 긴장이 풀렸다."
서른 살에 방출. 프로야구 선수에겐 선수 생명의 위기다.
박승욱(30)은 살아남았다. KT 위즈와 작별한지 얼마되지 않아 마차도의 공백을 메우고자 했던 롯데 자이언츠의 선택을 받았다.
살얼음 같은 희망이었다. 이미 롯데에는 '배민듀오' 배성근과 김민수가 있었다. 스프링캠프 직전 트레이드로 '거물 유격수' 이학주까지 합류했다. 경쟁자 4명 중 입지가 단연 좁게 느껴졌다.
하지만 프로에서 11년간 살아남은 생존능력은 얕볼 수 없다. 마무리캠프부터 땀을 흘린 결과 수비에서 합격점을 받았고, 시범경기 개막전이었던 SSG 랜더스 전에선 안정된 수비력과 더불어 방망이까지 불을 뿜으며 2안타 2타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박승욱은 선배 정 훈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는 "솔직히 긴장됐는데, 1회 (최)정이 형 타구 때 원바운드 송구를 훈이 형이 잘 잡아주면서 긴장이 풀렸다. 덕분에 경기가 잘 풀렸다"고 웃었다.
2012년 SK 와이번스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17년 트레이 힐만 감독이 적극 기용한 '힐만의 아이들' 중 한 명이었다. 헥터 고메즈, 대니 워스 등 외국인 유격수들을 대신할 토종 유격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송구 문제에 발목을 잡혔다. 김성현 강승호 김창평 등과의 경쟁에서 밀려났고, KT로 트레이드된 뒤론 유격수를 본 경기가 3년간 25경기에 불과했다. 지난해 유격수로 뛴 경기는 단 1경기도 없었다. 1군 유격수 경험이 일천하다고 평가받는 배성근(83경기) 김민수(12경기)에 비해 나을 게 없는 처지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1군에서 단 8경기를 뛰는데 그쳤고, 시즌이 끝난 뒤 방출됐다.
때문에 올시즌을 준비한 각오는 남달랐다. 매순간 다음 상황을 예측하고, 미리 대비하는 자세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수없이 반복 훈련을 거쳤다. 래리 서튼 감독이 말하는 훈련의 3요소 '준비-실행-복기'를 충실하게 이행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해온 포지션이다. 마무리캠프 때만 해도 어색했지만, 어느덧 몸에 익은 동작이 되살아났다.
그 결과 이학주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비록 시범경기일지언정 선발 유격수로 나서고, 타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첫 안타는 주자가 1,3루 상황이라 1루 쪽 빈 공간을 활용하고자 했다. 두번째 안타는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렸다"고 말하는 박승욱의 얼굴에는 작게나마 뿌듯함이 담겨있었다.
그는 "마차도는 정말 좋은 선수다. 적지 않은 공백을 우리 넷이 서로서로 메꿔가야할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이어 "확실히 경쟁 과정에서 시너지 효과가 있다. 오늘은 내가 먼저 나가니까 어필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보니 집중력이 더 좋았다"며 미소지었다.
이학주는 압도적인 경기 경험과 넓은 시야, 배성근은 기민한 몸놀림과 넓은 수비범위, 김민수는 안정감이 장점으로 꼽힌다. 박승욱은 "나도 수비범위가 장점인 것 같다. 특히 순간순간마다 시프트나 투수의 구종에 따라 미리 한두발 움직이는 위치 선정이 내 스타일"이라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작년에는 2군에 계속 머물렀다. 이렇게 기회가 왔을 때 잡고 싶다. 우리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1군에서 힘 보태고 싶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