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용인실내체육관서 열린 여자 프로농구 삼성생명-신한은행전은 경기 외적으로 나름 의미가 컸다.
우선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이 직전 KB스타즈전에서 역대 8번째이자, 현역 감독 2번째로 통산 100승째를 달성한 후 이를 달성하기 위한 축하의 자리가 마련됐다. 임 감독의 부인이 남편 몰래 '커피차'를 신청, 경기 전 관중들에게 차 한잔씩 대접한데 이어 경기 전 구단과 선수들이 준비한 100승 축하 반지와 떡케이크가 임 감독에게 전달됐다.
구나단 신한은행 감독은 감독대행 딱지를 떼고 처음으로 맞는 경기였다. 전임 정상일 감독의 급작스런 사퇴로 인해 대행으로 올 시즌을 시작했지만, 채 마치기도 전에 지도력을 인정받아 구단과 3년 계약에 성공했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그것도 대학 저학년 때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던 철저한 비주류 구 감독의 정식 사령탑 등극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감독 모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임 감독은 "그냥 오래 감독을 하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겸손해 했고, 구 감독 역시 "정식 감독으로서 첫 경기라 당연히 승리를 하고 싶기는 하지만 부상으로 인해 재활을 거쳐 오늘 시즌 첫 경기를 가지는 한엄지의 플레이에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최소 3위를 확정지은 구 감독으로서나, 4위 수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임 감독으로서나 이제 정규 시즌을 넘어 플레이오프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양 팀 모두 '잔치'라고 할 수 있는 경기였지만, 정작 전반전은 별다른 볼 것이 없었다. 삼성생명이 전반을 31-30으로 앞섰지만, 전반적으로 플레이에 짜임새는 없었다. 이틀만에 경기에 나선 삼성생명뿐 아니라 6주간의 긴 휴식 기간을 거쳐 첫 경기를 가진 신한은행 역시 경기 감각이 떨어졌다. 두 팀 모두 필드골 성공률이 30%대에 그치며, 별다른 소득이 없이 양쪽 코트를 왔다갔다 하는 지루한 공방전이 계속됐다.
하지만 후반에는 아무래도 4위 지키기라는 확실한 목표가 있는 삼성생명 선수들이 힘을 냈다. 이주연이 빠른 발을 이용한 골밑 돌파로 4득점을 성공한데 이어, 신이슬이 3점포와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2점포까지 내리 9득점을 쓸어 담으며 점수차를 두자릿수로 벌렸고, 이는 끝내 뒤집히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한엄지가 스틸에 이은 2점슛과 자유투 2개 성공 등 4득점을 올린 이후 4분 넘게 침묵하는 사이 삼성생명은 3쿼터에 나선 6명의 선수가 모두 득점포를 가동하는 등 71대65의 승리를 합작했다.
특히 주장 배혜윤이 22득점-10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고, 강유림(13득점-8리바운드), 이주연(11득점)이 맹활약을 한 삼성생명은 5위 BNK썸과의 승차를 2경기까지 벌리며 4위 수성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시즌 처음으로 투입된 신한은행 한엄지는 15분 넘게 뛰었지만, 6득점에 그치는 등 이렇다 할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며 정상적인 경기력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용인=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