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리빌딩은 과거 이야기다."
여권 문제로 지각합류한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선수단 첫 미팅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기는 경기"를 천명하며 이를 위해 "무한 경쟁"을 선언했다.
허언이 아니었다.
한화 야구가 달라졌다.
첫 공식 경기인 12일 삼성과의 시범경기 개막전부터 총력전을 펼쳤다. 엎치락 뒤치락 타격전 끝에 9대7로 뒤집어 이겼다.
경기 후반 이기기 위한 벤치 작전이 나왔다. 8,9회 이도윤 이원석이 희생번트를 시도했다. 결국 7-7이던 9회초 2득점 해 역전승을 거뒀다.
승패가 중요치 않은 시범경기.
유망주 타자들에게 한 타석이라도 온전한 배팅찬스를 부여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 아닐까.
하지만 벤치 생각은 다르다. 시범경기 부터 이기는 경기를 펼쳤다. 승리를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선수들도 벤치의 의중을 충실히 따랐다.
가벼운 팀 배팅과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로 공격 흐름을 이어갔다. 0-1로 뒤지던 3회 선두타자 터크먼이 우전안타로 출루하자 최재훈은 의도적으로 밀어치는 팀 배팅으로 우전안타를 만들었다. 터크먼은 공격적 주루플레이로 3루에 안착했다.
하주석의 동점 적시 2루타가 터졌다. 이어 4번 노시환은 가볍게 밀어 희생플라이를 날려 첫 역전에 성공했다. 잘 짜여진 각본 처럼 조직적인 모습이었다.
6번 김태연은 3타수3안타 2볼넷으로 100% 출루를 이어갔다. 3안타가 모두 오른쪽으로 밀어서 만들어낸 타구였다.
2타수2안타 1타점으로 활약한 4번 노시환 역시 찬스 상황에서 밀어서 희생플리이와 우전 적시타를 만들어 냈다.
3타수2안타 2득점 1타점으로 리드오프 역할을 톡톡히 해낸 터크먼은 4회 2루 강습 타구가 외야로 흐르는 사이 과감하게 2루로 뛰어 세이프 됐다. 한화가 추구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주루플레이의 선봉장이었다.
비록 첫 경기였지만 승리에 대한 선수단의 똘똘 뭉친 의지와 준비를 엿볼 수 있었던 장면.
모든 일에는 관성의 법칙이 적용된다. 한번 두번 이기기 시작하면 어느덧 승리가 습관이 된다. 그러다보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강팀이 돼 있기 마련이다. 최근 2년 간 정상에 오른 신생 두 구단 NC와 KT가 이미 경험한 매직.
패배가 익숙했던 한화 선수단이 이기는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변화를 지켜보는 일이 흥미롭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