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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웃었던 증권업계, 1분기 실적 부진 우려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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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가 올해 1분기 증시 침체 속 부진한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동학개미 덕에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했던 것과 전혀 다른 흐름이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추정치가 있는 주요 증권사 5곳(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합계는 1조5202억원이다. 지난해 동기 2조251억원보다 24.9% 감소한 수치다.

증권사별로 보면 한국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554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6.7%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증권(-28.1%, NH투자증권(-26.9%), 미래에셋증권(-21.8%), 키움증권(-20.5%)도 20∼30%대 이익 감소가 전망됐다. 해당 증권사들은 지난해 증시 호황에 힘입어 1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둔 곳이다.

영업이익 감소 전망 배경으로는 지난해 말부터 국내 증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고, 올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우려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내외 악재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18조7000억원(코스피 11조원·코스닥 7조7000억원)으로 2020년 3월(18조5000억원) 이후 약 2년 만에 20조원을 하회했다.

개인 투자자의 증시 참여가 크게 늘었던 지난해 2월 32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42.3%나 급감했다. 1∼2월 합산 일평균 거래대금도 19조7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2조7000억원 대비 39.2%가량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 상승 랠리를 펼치던 코스피가 하반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더니 올해 들어선 대외 겹악재에 지난해 상승 폭을 모두 되돌린 수준으로 내려왔다.

개인이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조8352억원이다. 신용거래융자는 개인이 증권사로부터 주식매수 자금을 빌려 거래하는 것으로 증권사들은 빌려준 자금에 대한 이자를 받는다.

지난해 9월 25조원대까지 늘었던 신용잔고는 지난 2월 17일(20조8092억원) 1년여 만에 20조원대로 내려온 뒤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수익뿐 아니라 금리 상승에 따른 상품 손익 불확실성 등도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의 지속 여부와 에너지 가격 급등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채권평가손익 측면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주가연계증권(ELS) 조기 상환 등 주요국 증시 약세 흐름도 증권업계의 실적 부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업황 지표 부진 심화로 업종 모멘텀 약세 구간이 이어지고 있다"며 "증시 거래대금 감소와 시장 변동성 확대, 금리 상승 및 ELS 발행 위축을 고려할 때 1분기 증권사 실적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 잡을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금리 상승세가 최근 주춤하고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점, 대통령 선거 이후 신용 여건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주식시장 업황의 추가 악화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