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팀을 위해서 양보해야 한다."
KT 위즈의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2)는 야구 과학을 무시하는(?) 인물이다. 5일 간격 등판을 선호하고, 성적도 더 좋다.
일반적인 경우 선발 투수에게 5일 간격 등판은 체력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6일 간격 등판과 5일 간격 등판의 성적을 비교하면 6일 간격 등판이 더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루라도 더 쉬고 나오는 것이 아무래도 체력에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데스파이네는 KBO리그에서 2년 동안 5일 간격 로테이션을 지켰다. 스스로 5일 간격으로 던질 때 팔이 더 편하다고 했다.
5일 간격으로 던지니 더 많은 경기에 등판하고 더 많은 이닝을 던졌다. 2년간 선발로만 67경기에 등판해 395⅔이닝을 뿌렸다. 2위였던 롯데 자이언츠 댄 스트레일리(62경기, 360⅓이닝)보다 많았다.
2년간 5일 간격 등판이 43경기였고, 6일 간격은 16경기였다. 성적의 차이가 있었다. 5일 간격 때는 23승11패, 평균자책점 3.19를 기록했고, 6일 간격에선 3승5패, 평균자책점 5.96이었다.
데스파이네가 많은 경기와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 KT는 선발진이 안정감을 가질 수 있었다. 특히 국내 투수들이 충분히 체력적인 세이브를 하면서 던질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5일 간격 등판을 줄이기로 했다. 본인만을 생각하면 5일 간격으로 던지는 것이 더 좋지만 팀 사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데스파이네는 "감독님께서 6선발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하시더라"면서 "나는 5일 간격으로 던지고 싶지만 팀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라고 했다.
데스파이네가 5일 간격으로 던지게 될 경우 아무래도 다른 투수들의 등판 간격이 일정하지 못하는 단점이 생긴다. 간격이 일정하지 않을 경우 투수들의 루틴이 깨지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KT 국내 투수들이 성장한 것도 더이상 데스파이네가 굳이 5일 간격으로 나설 필요가 없게 됐다. KT는 고영표 소형준 배제성에 엄상백까지 수준급의 투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이들이 성장했기에 충분히 등판 간격을 꾸준하게 만들어줄 필요가 생겼다.
데스파이네는 "내가 5일 간격으로 던지면서 다른 투수들이 오랫동안 못던지기도 했다"면서 "다른 투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엔 한번 바꿔 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팀이 필요할 땐 5일 간격 등판을 언제든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등판 간격이 늘어나면 당연히 경기수와 이닝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데스파이네의 목표는 똑같았다. 데스파이네는 "올해도 220이닝을 그대로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 200탈삼진도 목표다"라고 했다.
데스파이네의 최다 이닝은 2020시즌의 207⅔이닝이었고, 최다 탈삼진은 지난해의 165개였다. 조금은 어려울 수 있는 목표치. 그러나 데스파이네는 "난 항상 목표를 높게 잡는다.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자신의 루틴인 5일 간격 등판이 아닐 때 데스파이네의 피칭은 어떨까. 2연패에 도전하는 KT 선발진의 주요 체크 포인트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