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KBS2 월화드라마 '크레이지 러브' 정수정이 기억을 상실한 김재욱에게 "내가 약혼녀"라는 폭탄을 투하했다. 복수의 화신 정수정의 플랜이 본격 가동됐다.
지난 8일 방송한 '크레이지 러브' 2회는 이신아(정수정)가 3개월도 버티기 어렵다는 노고진(김재욱)의 비서가 된 사연으로 막을 열었다. 고탑(GOTOP) 교육 인턴이었던 그녀는 현장 강의 오디션에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노고진의 가차 없는 'X'를 받았다. 신아 앞에 떨어진 선택은 단 두 가지, 자진 퇴사나 대표실 발령이었다. 신아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후자를 선택했다.
고진의 비서직은 "여긴 지옥! 염라대왕 할애비가 와도 못 버티는" 자리였다. 받아 적기도 힘든 따발총 스케줄 지시, 줄간격까지 정확하게 맞춰야 하는 회의록 작성, 70~80도 최상의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커피 배달 등 그는 역대급 깐깐함의 소유자였다. 또한, 제대로 그 비위를 못 맞추면 언제나 무시무시한 독설이 돌아왔다. 신아는 책상 서랍에 즐비한 약을 달고 살았고, 화장실에서 남몰래 눈물을 쏟기도 했으며, 과감히 사직서도 써봤다. 하지만 그때마다 강사란 꿈을 생각하며 의지를 다졌다.
그렇게 1년을 버티고 '기적의 비서'란 영광(?)의 타이틀을 얻었건만, 그 엄청난 스트레스의 결과는 뇌종양 말기, 시한부 선고. 영혼이 나간 듯 정처없이 길거리를 헤매던 신아의 눈에 고진의 고탑교육 광고 전광판이 들어왔다. 이젠 꿈조차도 가질 수 없는 이 절망스러운 상황에 신아는 "이게 다 너 때문이야!"라며 격렬한 분노를 폭발시켰다.
복수의 화신으로 돌변한 신아는 고진이 휴가를 즐기던 별장을 급습, 3단 콤보 복수를 시작했다. 장도리를 치켜들어 그를 잔뜩 쪼그라들게 만든데 이어, 사직서로 거침없이 싸대기를 날렸고, 고진이 지독히도 싫어하는 양파를 이마 정중앙에 맞히며 정점을 찍었다. "내가 '빡이 치면' 너 데리고 저승 갈 거다"라는 마지막 경고와 함께 그동안 참고 참았던 욕도 퍼부었다.
10년은 묵은 듯한 체증을 그렇게 털어낸 줄 알았는데,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갑작스런 신아의 복수에 꼼짝 없이 당한 고진의 협박 전화에도 신아가 약을 바짝 올리던 그 때, 굉음이 들리더니 그녀의 부름에도 답이 돌아오지 않은 것. 심상치 않은 상황을 감지하고 별장으로 돌아간 신아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고진을 발견했다.
병원으로 급히 옮겨진 고진은 다행히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일말의 죄책감을 느낀 신아는 그새 복수는 잊고 마치 관성처럼 그를 정성껏 간호하던 중, 경찰에 소환됐다. 고진의 교통사고를 조사하던 경찰의 눈엔 피 묻은 장도리와 사직서 등 모든 증거가 신아를 가리키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고진을 치고 달아난 차량과 신아가 렌트한 차량이 동일했고, 블랙박스에는 두 사람이 다투는 소리까지 녹음됐다.
고진이 깨어나 진실을 밝혀주길 바랐건만, 신아는 또다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고진이 마취 부작용으로 기억을 상실한 것. 황당함도 잠시, 고진이 자신의 첫 복수도 잊었다는 억울함이 밀려왔다. 가족이 없는 고진에게 유일한 보호자라 말할 수 있는 이는 부대표 오세기(하준) 뿐. 하지만 그는 휴대폰을 두고 미국 출장길에 올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어느새 정신을 차린 신아는 고진의 상태를 의논할 보호자를 묻는 주치의에게 "제가 노고진씨 약혼녀예요"라는 거짓말을 내뱉었다. 기억을 잃고 멍하게 창밖을 바라보는 고진과 달리, 한층 더 단단해진 눈빛으로 쏘아보는 신아가 어떤 계획을 품고 있는지, 또다시 미친 엔딩이 궁금증을 끌어올렸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