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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했던 선출 CEO, 돈줄 쥔 구단주 '권력다툼'에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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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데릭 지터가 돌연 사임한 이유는 구단 내부 권력 다툼에서 졌기 때문이라고 미국 언론이 주장했다.

'뉴욕포스트'는 1일(한국시각) '지터가 마이애미 말린스에 1500만달러의 약속과 권력 투쟁을 남긴 채 떠났다'고 보도했다.

지터는 2017년 9월, 브루스 셔먼 컨소시엄과 손을 잡고 마이애미 구단 인수에 참여했다. 셔먼이 회장으로 등극하며 지터는 최고경영자로 부임했다.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CEO였다.

지터는 여러 무리수를 두긴 했지만 의욕적으로 업무에 나섰다. 지터는 메이저리그 최초의 여성 단장인 킴 응을 뽑았다. 프랜차이즈 스타 지안카를로 스탠튼을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하는 등 강력한 존재감을 뿜었다.

그랬던 그가 5년 임기 중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갑자기 자진 사퇴한 것이다.

뉴욕포스트는 셔먼이 자신보다 지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상황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지적했다. 실질적인 구단주는 셔먼이지만 슈퍼스타 출신인 지터가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면서 시선을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뉴욕포스트는 '셔먼은 클럽의 사업 방향에 대해 만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자금줄은 셔먼이었지만 지터가 프랜차이즈 얼굴 역할을 하면서 가려졌다'고 전했다.

셔먼은 지터의 계획에 어깃장을 놓았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셔먼은 이번 오프시즌 동안 전력 보강에 15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직장폐쇄 기간에 이를 갑자기 철회했다.

뉴욕포스트는 '지터는 셔먼이 약속을 어겼다고 생각했다. 이기기 위한 팀을 만들려는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터는 "우리 클럽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 내 계획과 달랐다. 새 시즌이 시작되는 지금이 물러나야 할 적기"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또한 뉴욕포스트는 셔먼이 마이애미를 다시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다. 뉴욕포스트는 '셔먼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마이애미를 매물로 내놓는다면 기꺼이 팀을 사려는 사업가가 있다'고 전했다.

즉, 순수하게 건강한 야구단을 운영하고 싶었던 지터와 야구단을 사업으로 본 셔먼이 충돌한 것이다. 단 4% 지분을 가진 지터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