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가 경영권을 넘긴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충격적인 발표'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지만, 현지 매체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26일 저녁 "첼시 산하의 자선재단에 구단의 운영권을 신탁할 것이다. 거의 20년 동안 첼시 구단을 소유해 오며 내가 할 일은 구단의 관리자로서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미래를 생각하면서 공동체에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늘 구단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겨 왔다. 그런 이유로 구단 산하 공익 재단에 운영권을 맡긴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시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데 따른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에 대한 답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크리스 브라이언트 노동당 의원은 아브라모비치의 구단 소유권을 박탈하고, 자산을 압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3년 첼시를 인수한 '억만장자'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공공연한 푸틴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성명을 발표한 이후 "아브라모비치는 첼시 구단주로 계속 남을 것이다. (영국 정부로부터)제재를 받지 않는다면 클럽에 대한 투자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운영권을 재단에 넘기더라도 최고 결정권자 포지션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데일리메일'도 "이 성명서는 교묘한 홍보물이다. 의미를 거의 찾을 수 없다. 아브라모비치는 압박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첼시를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맨시티 수비수 마이카 리차즈는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우리는 이것 이상을 원했다. 지난 며칠간 벌어진 끔찍한 일을 목격하고도 성명서에서 첼시를 자선단체에 넘긴다고 하는 게 고작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성명서는 암호로 된 것 같다. 여전히 묻고 싶은 게 많은데, '우리는 너희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아. 여기 성명서 올렸으니 알아서 의미를 찾아보라'고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데일리메일'은 "아브라모비치가 성명서에서 밝히지 않은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나을 것"이라며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에 대해 어떠한 유감도 표명하지 않았다. 러시아군이 무고한 우크라이나 시민을 살해하는 것에 대해 어떠한 유감도 유명하지 않았다. 그는 푸틴과 거리를 두지 않았다. 또한, '자신의 조국의 행동이 일요일 경기를 앞둔 투헬 감독과 첼시 선수들을 끔찍한 위치에 놓이게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첼시 자선재단의 이사회는 브루스 벅 첼시 회장, 엠마 하예스 첼시 위민 감독 등으로 구성됐다. 마리나 그라노프스카이아 단장과 페트르 체흐 어드바이저는 이사회 멤버가 아니지만, 구단의 주요 의사 결정을 담당할 예정이다.
첼시는 포드스탐이라는 회사가 소유하고 있다. 포드스탐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캠벌리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에서 15억 파운드를 대출받았는데, 이 회사는 아브라모비치가 운영하고 있다. 상당히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다. 앞으로 첼시 구단이 어떤 식으로 자금을 지원받을지, 운영권을 자선단체인 재단으로 이관한 터라 영국 정부에서 첼시 구단을 압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현지매체는 전망한다.
이런 가운데, 첼시 구단은 '아브라모비치의 퇴진 결정이 제재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라 구단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첼시를 다른 억만장자에게 구단 소유권을 넘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