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될성부른 좌완'이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지 8년. 매년 겨울 기대주로 떠오르지만, 막상 실전에선 실망을 반복했다. 올해 나이 스물 일곱. 이제 김유영은 터질 때가 됐다.
27일 김해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김유영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지금 직구는 144~145㎞ 정도 나온다. 아픈데도 없고 페이스도 딱 좋다"며 미소지었다.
작년 이맘때에도 국군체육부대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김유영에 대한 코치진의 평가는 호평 일색이었다. 마침 롯데는 강영식과 이명우가 잇따라 은퇴하면서 좌완 불펜 기근에 시달리고 있었고, 김유영은 2019년 상무에서 17경기에 등판, 23⅔이닝을 소화하며 1승1패 3홀드, 평균자책점 2.66의 호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를 크게 밑돌았다. 9월 14일 프로 데뷔 첫승의 기쁨을 누리긴 했지만, 평균자책점이 무려 7.23이었다. 김진욱이 불펜으로 내려오면서 김유영의 자리도 마땅치 않았다. 여기에 훈련 도중 허리뼈를 다치는 불운한 부상까지 이어졌다.
올해는 다를까. 김유영은 "연차가 이만큼 쌓였는데, 이제 잘 해야할 때"라며 희미하게 웃었다. 이어 "김원중-구승민 형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보다 한계단 위에서 야구를 내려다보는 느낌을 받는다.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면서 "모두가 '넌 잘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해줘서 고맙다. 올해는 스스로 세운 너무 큰 목표에 쫓기지 않고, 여유를 갖고 경기에 임하려고 한다"고 털어놓았다.
"작년엔 나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 마음만 앞선 거다. 자꾸 욕심부리다보니 밸런스도 깨졌다. 거기에 부상까지 당했다. 올해는 멘털 관리에 최대한 집중하고 있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은 불리한 카운트에도 던질 수 있을 만큼 잘 가다듬었다."
대규모 리모델링 마무리단계인 사직은 조만간 선수들에게 문을 열 예정. 김유영은 "집에 가면 첫 출전부터 첫승(작년) 첫홀드, 첫세이브, 첫 안타(타자 시절)까지 기념구가 있다"면서 "기분이 새롭다. 이래서 가족이 필요한가"라며 한숨을 쉬었다.
드래프트 동기들의 연이은 약진이 눈에 띄는 요즘이다. 롯데만 해도 에이스 박세웅이 지난해 인상적인 1년을 보냈고, 호흡을 맞춘 주전 포수도 동기 안중열이었다. '승리요정'이 된 이인복은 유력한 4선발 후보다. 최영환 배성근 등 동갑내기 친구들도 그렇다. KT 고영표 배정대 심재민, 두산 양석환 이승진 박계범 등은 모두 소속팀의 핵심 선수로 활약중이다.
"우리 롯데는 젊은 팀이다. 또래 선수들이 올라오니 내 마음도 한결 편하다. 서로서로 격려해주고 다독여준다. 선배들이 잘해주시지만, 동료들끼리 통하는 그런 마음도 있는 법이니까."
김유영의 터닝포인트로 2017년을 꼽는 사람들이 있다. 김유영 인생에서 가장 좋은 공을 던졌던 게 바로 2017년 초반. 하지만 김유영은 이해 7월 4일부터 8일까지, 삼성-SK와의 5경기에 모두 등판했다. 휴식일 빼고 7월 2일 NC 다이노스전까지 포함하면 6경기 연속 투구다.
하지만 김유영은 당시 사령탑이었던 조원우 감독의 '배려'라고 설명했다.
"우리 팀에서 젊은 좌완을 하나 키워갸겠다는 느낌을 받았고, 제게 기회를 주려는 마음이 보였다. 한경기 한경기, 최선을 다해 던지는게 내가 해야할 일이다. 잘하지 못했을 뿐이다."
김해=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