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김강민은 언제 은퇴하나요?'
SSG 랜더스 외야수 김강민(40)은 '공공의 적'이다. 상대 팬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전매특허인 '짐승 수비'가 나올 때마다 '도대체 김강민은 언제 은퇴하나', '은퇴를 결정하면 투어를 열어주고 싶다'는 글이 온라인 게시판을 수놓을 정도. 매년 반복됐던 이런 풍경은 지난 시즌에도 다르지 않았다.
이런 상대 팬들의 시선을 당사자인 김강민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제주 서귀포에서 프로 20번째 스프링캠프를 보내고 있는 김강민은 "야구를 오래 하다 보니 그렇게 봐주시는 것"이라면서도 "그 팀을 상대로 잘 했다는 거니까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라고 껄껄 웃었다. 그는 "매년 달라지긴 한다. 잠실, 대구에서 유독 잘한 적도 있고, 고척에서 잘했지만 수원에서 못한 적도 있다. 매년 바뀌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돌아봤다.
김강민의 활약상을 돌아보면 '불혹'이란 타이틀이 무색하다. 수비 능력은 말할 것도 없고, 타격에서도 고비 때마다 한 방을 터뜨리는 집중력이 상당하다. 전성기 시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큰 부상 없이 꾸준히 선발-백업으로 100경기 이상을 소화할 정도로 건강함을 자랑한다.
김강민은 "프로 입단 초기 때와 비교해보면 여건 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많은 도움도 받는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어 "스스로 내려놓지 않는다는 것도 큰 것 같다. 나이가 있으니 힘들긴 하지만, 후배들과 똑같이 운동하려 한다. 몸을 만드는 속도가 예전에 비해 느려지고, 신체적인 능력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속도를 늦추기 위해 트레이닝, 체중 조절 등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기 추신수의 모습도 자극제가 됐다. 김강민은 "신수를 보면서 '지금까지 내 노력이 부족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훈련량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그 어떤 선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경이롭기까지 하다"며 "신수의 모습 자체가 후배들에겐 좋은 메시지가 되지 않나 싶다. 나 역시 많은 걸 내려놓을 나이지만, 신수의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받고 더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수가 곧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게 되는데, 이제야 말동무가 좀 생길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강민은 실력 유지의 비결을 '노련미'로 꼽았다. 그는 "젊을 땐 욕심이 많은 나이다보니 더 빠르고, 세게 던지려고 했다. 송구 시간까지 재면서 훈련을 했다. 그런데 정확하게 안 던지면 받는 사람이 힘들어진다"며 "지금은 어느 정도 힘을 쓰면 정확하게 던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조절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선수에게 승부욕은 생명줄과 같다. 김강민의 승부욕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강해지는 모양새. 김강민은 올 시즌 SSG를 두고 "작년보단 분명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엔 '진짜 강하다'고 느껴본 팀이 없었다. 선발 투수들이 다치기 전까진 우리 페이스만 유지하고 좀 더 갖춰지면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며 "올 시즌도 한 바퀴 돌아봐야 알겠지만, 건강함만 유지한다면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더 좋은 모습을 하고, 오래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귀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