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우리 팀에선 145㎞ 던지면 기교파 투수에요."
롯데 자이언츠 투수들이 입을 모아 하는 얘기다. 지난 몇년간 직구가 좋은 투수들을 꾸준히 모은 결과다.
하지만 지난 시즌 팀 평균자책점은 5.38로 리그 최하위였다. 2021년 롯데는 이전 해보다 1계단 낮은 8위에 그쳤다. 타선이 팀 타율 1위, 팀 OPS(출루율+장타율) 3위의 호성적을 냈음을 감안하면, 부진의 책임은 마운드에 쏠릴 수밖에 없다.
박세웅이 모처럼 4년만에 10승을 달성했고, 구승민-최준용-김원중으로 이어지는 철벽 뒷문이 갖춰졌다. 후반기에는 '승리요정' 이인복도 있었고, 김진욱과 김도규도 중간 다리 역할을 충실히 했다.
하지만 전반기와 후반기의 격차가 너무 컸다. 외국인 투수들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4~5선발의 흔들림도 컸다.
롯데 마운드는 2022년 반등을 이룰 수 있을까. 여러모로 호재가 있다.
먼저 스트라이크존이 확대됐다. KBO는 존 정상화의 근거로 '타고투저 완화, 경기 질 향상(볼넷 감소)'를 제시하며 상하폭을 공 1개 정도 넓힌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는 투수 쪽에 확실히 유리한 구도다. 심판들은 10개 구단을 돌며 달라진 존에 대해 설명하고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좌우가 아닌 상하 폭이 넓어졌다는 점이 롯데에겐 특히 긍정적이다. 롯데는 성민규 단장 부임 이래 제구에 다소 약점이 있어도 체격이 좋고 직구에 강점이 있는 투수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1군 투수들 외에도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강준 최건, 2군의 정성종 박선우 윤성빈, 신인 이민석 진승현 하혜성 등도 모두 150㎞를 넘나드는 묵직한 직구가 돋보이는 투수들이다.
올겨울 롯데는 사직구장 외야를 넓히고, 펜스를 높였다. 한층 투수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 특히 하이 패스트볼로 뜬공을 유도하는 선수에겐 최적이다.
특히 롯데 관계자들은 최준용과 김진욱에 대해 "라이징 패스트볼이란 게 뭔지 보여준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최준용은 지난해에도 하이 패스트볼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좋은 성적을 냈다. 달라지는 스트라이크존에 최적화된 투수라는 평가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안정감을 찾은 김진욱은 올해 선발에 도전한다.
최준용은 "수비들을 믿고 내 공을 자신있게 던지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시즌이다. 올해까지 3년 연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이제 '클래스'를 얘기해도 되지 않을까"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이의리(KIA 타이거즈)의 신인왕 입성을 먼 발치에서 바라봤던 김진욱 역시 남다른 각오로 올시즌에 임하고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