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2022 FA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야수 중심의 FA 시장은 역대급이었다. 역대 최다인 총액 989억원이 시장에 풀렸다.
과열 분위기는 특급 외야수가 주도했다.
나성범 손아섭 박해민 박건우 등 프랜차이즈 스타가 파격적 조건 속에 줄줄이 팀을 옮겼다.
나성범은 역대 최다인 150억원(6년), 박건우는 100억원(6년)을 찍었다. 4년 계약을 한 손아섭과 박해민은 각각 64억원, 60억원에 사인했다. 김현수(4+2년) 김재환(4년)은 총액 115억원에 소속팀에 잔류했다.
이렇게 많은 돈이 FA 외야수에게 풀렸지만 정작 2022년 외야 연봉킹은 따로 있다. 비 FA 다년계약자 삼성 구자욱이다.
21일 KBO가 발표한 2022년 연봉 자료에 따르면 구자욱은 25억원의 연봉으로 외야수 랭킹 1위를 차지했다. 2위 역시 비 FA 다년계약자 SSG 한유섬(24억원)이었다.
FA 대박 계약자들은 이들의 뒤를 이었다. 역대 FA 최고액 주인공 KIA 나성범이 20억원으로 3위, 박건우가 19억원으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구자욱과 한유섬은 어떻게 나성범 등 FA 외야수들의 연봉을 앞설 수 있었을까. 차이는 계약금 유무에 있다.
올 겨울 부터 본격화 된 비 FA 다년계약자들. 5년 장기계약을 한 이들의 몸값 총액은 계약금 없이 '연봉+인센티브'로만 구성된다.
구자욱의 5년 총액 120억원은 연봉 90억원+인센티브 30억원으로 나뉜다. 한유섬의 5년 60억원은 연봉 56억원+인센티브 4억원으로 세분된다.
여기에 내년부터 시행되는 샐러리캡이 영향을 미쳤다. 거액의 장기계약자들. 가급적 올해 많은 돈을 몰아주는 편이 연봉총액 상한선을 지키는데 유리하다. 이 때문에 구자욱은 5년 평균 연봉 18억원보다 7억원이 많은 25억원을 올시즌 받는다. 팀 평균연봉 1위로 샐러리캡이 부담스러운 SSG 소속인 한유섬은 구단 사정상 훨씬 많은 돈을 먼저 받는다. 5년 평균 연봉 11억2000만원의 두배가 넘는 24억원이 올시즌 연봉이다. 5년 연봉 총액의 40%가 넘는 액수. 역대 최고인 1233.3%란 경이적인 인상률 신기록을 세우게 된 배경이다.
반면, FA 외야수들은 파격적인 거액의 계약금으로 연봉 비중을 낮췄다.
나성범은 총액 150억원의 40%인 60억원을 계약금으로 받았다. 박건우 역시 총액 100억원의 40%인 40억원을 계약금으로 받았다. 박해민은 총액 60억원의 절반이 넘는 32억원을 계약금으로 받았다. 손아섭도 64억원의 40%가 넘는 26억이 계약금이다.
소속팀에 잔류한 김재환은 총액 115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55억원을 계약금으로 받았다. 김현수도 115억원 중 50억원이 계약금이다. 김현수의 경우 +2년과 상대적으로 높은 인센티브 비중(25억원)을 빼면 계약금 비율이 더 높아진다.
협상의 칼자루를 쥔 FA들은 계약금을 극대화 하기를 원한다. 비슷한 총액이라도 보장액이자 목돈인 계약금 비중을 놓고 구단과 치열한 신경전을 펼친다.
선수 입장과 반대로 구단은 당연히 계약금 비중을 최소화 해 불확실성과 재정 부담을 분산시키고자 한다.
하지만 샐러리캡 시행을 1년 앞둔 올 겨울 만큼은 예외였다. 어차피 지출해야 할 돈이라면 가급적 올해 집행하는 편이 나은 상황. 모처럼 선수와 구단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계약금 규모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시즌 연봉이 줄었다. 비 FA 다년계약자에게 추월을 허용한 이유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