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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의 '제로톱', 아쉬움보다 희망이 더 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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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 우려가 컸다. K리그 개막을 눈앞에 두고 주축인 이동준 이동경 오세훈을 바이아웃으로 한꺼번에 잃은 것은 '대형 사고'였다. 정상 궤도로 올라서는 데 꽤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기우였다.

비록 승점 3점을 챙기진 못했다. 상대 김천 상무는 후반 17분 이후 10명으로 싸웠다. 결과는 0대0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울산 현대의 첫 걸음마는 아름다웠다. 홍명보 감독의 전술적 대응 능력은 뛰어났고, 아쉬움보다 희망이 더 컸다.

단언컨대 1라운드에서 경기력만 놓고 보면 울산이 으뜸이었다.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패싱 횟수와 성공률은 팀 조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첫 번째 단추다. 울산은 K리그1 12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580회 패스를 시도했고, 성공률도 무려 84%에 달했다. 볼점유율도 60%에 육박했다. 승점 3점을 챙긴 최대 라이벌 전북 현대(434회·78%)는 물론 최고의 다크호스로 등장한 FC서울(474회·80%)과 12년 만에 홈 개막전에서 승리한 인천 유나이티드(526회·83%)를 압도했다. 제주를 3대0으로 제압한 포항 스틸러스(238회·68%)보다 흐름은 더 아기자기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했다. 홍 감독의 '제로톱'이 눈에 띄었다. 박주영이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전문 공격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원톱에는 말 그대로 주인이 없었다. 전반에는 상황에 따라 바코와 아마노가 수시로 임무를 교대하며 최전방에 포진했고, 후반에는 교체투입된 엄원상과 윤일록이 '제로톱'에 가세했다. 상대 수비는 쉴새없이 변모하는 팔색조 전술의 적응에 애를 먹었다.

미드필더 장악 능력도 뛰어났다. 캡틴 이청용의 현란한 볼배급과 경기 조율 능력이 빛을 발했다. 임대에서 돌아온 이규성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후진보다 전진을 선호하는 도전적인 플레이에 탄성이 쏟아졌고, 첫 무대에서 울산의 '신형 엔진'으로 부상했다. 원두재와 함께 흠없는 공수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 김태환과 설영우, 좌우측 풀백의 활발한 오버래핑과 김영권이 처음으로 리드한 수비라인도 깔끔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움은 있다. 슈팅의 순도다. 울산이 기록한 20개 슈팅은 양적으로는 12개 구단 중 1위다. 유효 슈팅수도 무려 10개나 됐다. 하지만 한 골도 없었던 이유는 있다. 때론 사각지역에서라도 허를 찌르는 과감한 슈팅이 동반돼야 하지만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다보니 6~7명이 포진해 있는 촘촘한 수비라인을 뚫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울산은 가능성을 확인한 첫 판이었다. 홍 감독은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승리를 했어야 하는 경기였다. 하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선 충분히 만족한다"며 "긍정적인 면을 많이 봤다. 하고자 하는 축구는 100% 발휘했다고 본다.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한 부분은 더 노력해야 하지만 선수들은 전체적으론 잘 했다"고 밝혔다.

K리그 데뷔전을 치른 김영권도 고무됐다. 그는 "축구의 큰 틀은 다르지 않았지만 변화를 느낀 것은 관중석에서 한국말이 들린 것은 새로웠다"며 웃은 후 "상대가 1명 퇴장 당한 상황이라 결과는 아쉽지만 내용적으로는 선수들이 너무 잘했다"고 전했다.

물론 내용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축구는 골로 말한다. 만년 2위의 설움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결과로도 이야기해야 한다. 이제부터 중요하다. 울산이 기대 속에 2022년의 첫 발을 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