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1m83, 71kg.
지난 2000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NC 유니폼을 입은 3년차 좌완 유망주 정구범(22)의 공식 프로필이었다.
윽박지르는 힘보다 볼끝 회전을 만드는 기술과 정교함으로 던지는 투수라지만 이 수치는 심하다. 말라도 너무 말랐다. 실제 수치는 70kg도 안될 때가 있었다.
아마 때와는 달리 장기레이스인 프로 무대. 특급 재능을 갖췄지만 왜소한 몸 상태가 발목을 잡았다.
프로에 와서 빈약한 몸을 체계적으로 보완하고자 했지만 지난 2년간 시행착오를 거쳤다.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했지만 고질인 어깨통증을 떨치지 못했다. 큰 기대를 모은 프로데뷔. 지난 2년 간 단 한차례도 1군 마운드를 밟지 못했다. 퓨처스리그 10경기 등판이 프로 성적의 전부.
2020년 드래프트 당시 고교 랭킹 톱3에 꼽혔던 KT 소형준, LG 이민호를 비롯, 롯데 최준용, KIA 정해영 등 입단 동기생 투수들의 맹활약을 쓰린 마음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고심 끝에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지루한 재활 과정이 반복되던 지난해 여름 미국행을 결심했다.
어머니가 있는 곳에서 개인 훈련을 통해 몸을 만들어오겠다는 계획. 큰 결심이었다. 개인 뿐 아니라 1순위 유망주의 깜짝 제안에 구단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구단은 고심 끝에 미국 행을 허락했다.
이 판단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잘 먹고 체계적으로 몸을 만든 정구범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나타났다. 몰라볼 만큼 탄탄해진 몸으로 캠프에 합류했다.
정구범의 미국행을 허락했던 NC 임선남 단장의 증언.
"솔직히 긴가민가 했죠. 미국에 머무는 동안 매일 일지를 쓰게 했고, 매주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어요. 그렇게 구단과 끊임 없이 소통했습니다. 70kg도 안되던 선수가 87kg이 돼서 왔더라고요."
몸이 탄탄해지면서 고질이던 어깨통증도 사라졌다.
정구범은 스프링캠프 C팀(퓨처스리그)에서 순조롭게 시즌을 준비중이다. 급하게 서두를 생각은 없지만 일부러 늦출 필요도 없는 쾌청한 몸 상태다. 현재 불펜 피칭 단계다. 이런 페이스라면 시즌 개막 합류도 무리가 없다.
NC 측은 "C팀에서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며 "16일에는 불펜 피칭 30개를 정상적으로 소화했다"고 전했다.
캠프에서 꾸준히 체력훈련을 병행하고 있는 정구범은 "잘 유지하고 있다"고 밝은 표정으로 근황을 전했다. 부쩍 커진 몸 만큼 자신감도 커졌다.
지옥에서 구해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 피칭 감각이 뛰어나 볼 끝 좋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등 변화구 제구와 경기 운영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제2의 구창모'의 탄생에 대한 기대를 모은다.
오래 기다렸다.
2년 세월의 긴 터널을 지나 당당한 체구로 다이노스 팬들 앞에 설 준비를 하고 있는 특급 재능. 입단 동기생들보다 늦은 만큼 더 임팩트 있는 활약을 다짐하고 있다. 구창모의 부활과 함께 NC 마운드의 재건과 정상복귀에 있어 핵심 역할을 맡을 유망주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