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롯데 자이언츠는 KBO리그에서 비교적 훈련량이 적은 팀으로 꼽힌다. 실제로는 어떨까.
지난해 허문회 전 감독은 '메이저리그식 자율훈련'을 추구했다. 당시 공식 훈련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3시간. 허 전 감독은 취재진에게 "선수들이 준비를 잘해왔다. 대부분 오전 9시까지 와서 실내연습장에서 땀을 흘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막 이후 30경기에서 롯데는 12승18패로 부진했고, 결국 허 전 감독은 5월초 경질됐다.
롯데의 후반기 반격은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래리 서튼 감독의 지도력, 그리고 도쿄올림픽 휴식기 덕분이었다. 서튼 감독은 서머캠프를 통해 흔들린 분위기를 수습하고, 선수들을 다잡았다. 그 결과 롯데는 10개 구단 중 전체 3위(32승27패7무)의 후반기 성적을 기록하며 마지막까지 가을야구를 노크할 수 있었다.
서튼 감독도 많은 훈련량을 정답으로 여기는 감독은 아니다. 때문에 야구계 일각에서는 2017년 이후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했고, 지난해에도 정규시즌 8위에 그친 현실을 상기시키며 '롯데의 훈련시간은 너무 짧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올해는 한국에 온지 3년째인 서튼 감독이 처음으로 스프링캠프를 계획하고 이끈 해다. 리키 마인홀드 투수총괄, 제럴드 레어드 1군 배터리코치, 김평호 외야작전주루 코치, 로이스 링 피칭 코디네이터 등 코치진도 새 얼굴이 많아졌다. 외국인 선수 3명도 모두 새로운 선수들로 바뀌었다.
정규 훈련시간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다. 하지만 서튼 감독은 선수들에게 철저하게 준비된 훈련을 요구한다.
예정보다 1시간 이상 먼저 치러지는 '얼리 워크(아침 훈련)'도 매일 있다. 내야수, 외야수, 투수(포수) 등 훈련받는 포지션도, 선수도 바뀐다. 서튼 감독은 지난 시즌 중에도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특별 훈련을 시키곤 했다.
그는 훈련 시간에 대한 질문에 "난 시간외 훈련을 선호한다. 얼리 워크가 있고, 코치들과 1대1로, 또 선수들이 소그룹으로 나뉘어 하는 추가 훈련도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훈련은 '양보다 질'이다. '매일 1%씩 성장하자'라고 강조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지나친 훈련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몸과 마음이 피곤해질 뿐이다. 물론 힘들 때 조금 더 밀어붙이는 훈련법도 있다. 그렇게 하더라도 훈련 전에 분명한 선을 그어줘야 한다. 시간보다는 목표를 정하고, 초점을 맞춰서,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끌어올려야한다."
그는 비시즌에도 완전한 자율에 맡기지 않았다. 코치진이 미리 준비한 프로그램을 선수들에게 전달, 몸을 관리해오도록 했다. 이에 따라 롯데 투수들 대부분은 캠프 합류 첫날부터 불펜 피칭을 할수 있는 몸을 만들어왔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야구는 맹훈련을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가 있다. 흔히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손바닥 물집이 터질 때까지 방망이를 휘둘러라' 같은 조언이 그것이다. 이승엽을 비롯한 유수의 수퍼스타들이 그 좋은 예로 언급된다.
서튼 감독은 선수 시절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에서 모두 뛰었다. 은퇴 이후에도 지도자로써 한미 양국의 야구를 경험했다. 때문에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선수단 전반에 걸친 강훈련보단 '맞춤형' 훈련을 선호한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의 건강이다. 예를 들어 어떤 투수가 팔꿈치나 어깨에 가벼운 통증을 느낀다면, 물론 '더 노력해서 강화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왜 아픈가? 어떻게 훈련해야 아프지 않고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나?'에 집중하고자 한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