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SSG 랜더스 베테랑 투수 노경은(38)은 겨우내 쉴 틈 없이 달렸다.
지난 시즌을 마친 두 롯데 자이언츠를 떠난 노경은은 입단 테스트를 거쳐 SSG 유니폼을 입었다. 대개 비시즌 체력을 키우고 공을 잠시 놓는 다른 선수와 달리, 노경은은 꾸준히 투구 감각을 유지해왔다.
스프링캠프 초반부터 던진 공 숫자도 적지 않다. 지난 7일 첫 피칭부터 68개의 공을 뿌렸다. 다른 투수들이 30개 안팎의 하프피칭을 시작으로 투구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모습과는 대조적. 노경은의 공을 받아본 SSG 포수 이현석은 "구속이나 구위 모두 묵직하다. 당장 정규시즌 등판을 해도 될 것 같다"고 할 정도.
노경은은 "그동안 비시즌 기간엔 3~4주 기간 휴식기를 갖곤 했는데, 올핸 쉬는 시간 없이 계속 공을 잡고 있었다. 그래야 빨리 시즌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불펜에서) 많이 던지는 스타일이라 괜찮다. 페이스도 나쁘지 않다"면서 "팀에 보탬이 되고 재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지 않아 있다. 한편으론 마음에 여유가 없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고 미소를 지었다.
노경은은 지난해 롯데에서 1군 14경기 56⅓이닝을 맡아 3승5패, 평균자책점 7.35,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83을 기록했다. 확고한 주전 포수가 없었던 안방, 선발-불펜을 오갈 수밖에 없었던 복잡한 팀 사정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했지만, 노경은 스스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한 부분도 부인할 순 없다. 노경은은 지난해를 돌아보며 "팀과 소통의 차이가 있었다. 그런 상황이 내겐 (비시즌부터) 재정비를 할 수 있었던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SSG는 노경은의 전천후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부상 재활 중인 박종훈-문승원의 복귀 전까지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는 것 뿐만 아니라, 불펜 롱릴리프 자원으로 역할도 맡길 전망. 롯데 시절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던 2018시즌(33경기 132⅓이닝 9승6패, 평균자책점 4.06) 투수 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던 SSG 김원형 감독, 풍부한 경험 속에 지난해 SSG 투수진을 이끌었던 조웅천 코치가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노경은은 "선발 투수로 뛴 타이틀이 있었기에 SSG에서도 내게 기회를 줬다고 생각한다. (박)종훈-(문)승원이 복귀 전까지 부족함 없이 자리를 메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게 우선권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 또한 후배들과 경쟁하고, 도전해야 한다. 실력이 떨어지면 밀릴 수밖에 없다. 판단은 감독님, 코치님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롯데 시절 노경은은 철저한 자기 관리로 후배들로부터 버팀목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시즌 초반 흔들리던 이승헌, 김진욱이 돌파구 마련을 위해 직접 찾아오자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지난해 합류한 베테랑 추신수(40)가 더그아웃에서 후배들의 멘탈 케어를 하면서 낸 시너지를 목격한 SSG 입장에선 노경은의 합류가 젊은 투수에게 또 다른 힘이 될 것이란 기대를 품을 만하다. 노경은은 "SSG 입단 후 '어린 선수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가 되달라'는 말을 들었다. 어린 선수들이 빨리 성장해야 좋은 팀이 만들어진다. 그동안의 경험 중 좋은 것은 항상 후배들과 나눌 것"이라고 했다.
노경은은 올해 '채식 루틴'을 다소 수정했다. 앞선 경험, 올해 역할을 감안한 전략. 노경은은 "채식은 지구력, 육식은 순간 파워 강화에 도움이 된다. 1년 반 동안 채식을 하며 좋은 경험을 했는데, 이 루틴을 이어갈지에 대해 고민과 갈등도 많았다"며 "지금은 육식으로 순간 파워를 키우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선발 등판 이틀 전부터는 채식을 하고, 경기를 마친 뒤부터는 다시 육식으로 보충하는 루틴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주어진 시간은 1년. 노경은은 후회 없는 도전을 펼치겠다는 각오다. "나이는 많지만 건재하다는 점을 보여드리고 싶다. 팬들께 좋은 성적을 보여드리는 게 첫 번째다. 구단, 동료들에게도 내 몸이 튼튼하고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