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튼튼한 허리가 될게요."
강원FC 미드필더 김동현(25)은 프로 5년차로는 특이하게 변화무쌍한 이력을 지녔다. 2018년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했다가 곧장 광주FC로 임대됐다. 이후 성남FC(2019∼2020년)를 거쳐 지난해 강원FC에 정착했다. 이 과정에서 매 시즌 새 감독을 만났다. 최순호 감독(당시 포항)을 시작으로 박진섭(당시 광주), 남기일 김남일(이상 성남), 김병수 최용수 감독(이상 강원)에 이르기까지 총 6명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대표팀, U-23대표팀 시절 만났던 김학범 감독과 김은중(U-20대표팀 감독), 이민성(대전하나시티즌 감독) 코치까지 포함하면 9명에 이른다.
한창 성장할 시기에 본의 아니게 '저니맨' 생활을 했으니 정체성 혼란을 느낄 만도 하다. 하지만 김동현은 '긍정 청년'의 전형이었다. 경남 밀양 동계훈련 캠프에서 만난 그는 "다양한 감독님을 경험하면서 색깔 파악이 남보다 빨라졌다. 신임 최 감독에 적응하는데 유리한 것 같다"며 웃었다. "팀을 옮겨다닌 것도 나를 원하는 팀이 있었기에 그런 것이니 서운할 마음도 없다"고 했다. 그런 김동현은 '최용수 체제'에서 긍정 마인드로 새로운 축구 재미를 찾는 중이다. 강원은 원래 볼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는 축구. 여기에 더해 최 감독 부임 이후 스피드를 높이고 있다.
김동현은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템포 빠른 세계무대 추세를 경험했다. 최 감독님의 스피드 강조와 딱 맞아떨어진다"면서 "스피드 개념에 적응이 돼 있으니 남들은 최 감독을 만나 1단계부터 시작할 때 3단계 정도부터 시작하는 셈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처음엔 주변에서 최 감독님에 대해 '무섭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겪어 보니 선수들과 장난도 잘 치고 친근하더라. 내가 연차에 비해 많은 감독을 거쳐봐서 적응을 잘 한다"는 김동현은 올시즌 최 감독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고 했다.
작년 시즌 막바지 최 감독이 '구원자'로 부임했을 때 김동현은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고교 시절부터 고질병이던 허리 디스크 통증이 하필 최 감독 부임 때 악화돼 스스로 재활군으로 향했다.
김동현은 "감독님 배려 덕분에 매일 개인 트레이너와 재활센터의 도움을 받으며 자기 관리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 동계훈련에 정상 참가할 정도가 됐으니 새 시즌에는 감독님이 필요할 때 뛰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김동현은 좋은 습관도 만들었다. 훈련 1시간 전에 미리 나와서 파워 트레이닝, 릴렉스 스트레칭 등 '신체세팅'을 루틴으로 한다는 것.
최 감독은 스피드와 함께 실점 최소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그만큼 수비형 미드필더로 '허리 역할'을 해야 하는 김동현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김동현은 "감독님이 항상 '너는 수비라인 바로 앞에서 보호하면서도 볼을 운반해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플레이는 아니지만 '언성히어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롤모델로 오스마르를 꼽았다. "감독님이 FC서울 전성기를 보낼 때 오스마르를 중용하지 않았나. 감독님이 외롭지 않도록 강원에도 '한국인 오스마르'가 있다는 걸 보여드리기 위해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새해 비장의 무기도 준비하고 있단다. "오스마르나 기성용 선배처럼 쭉쭉 뿌려주는 볼 배급 킥에도 자신있다. 어릴 때부터 연마해왔는데 작년엔 팀 플레이 특성상 제대로 보여드리지 못했다."
김동현은 "이젠 강원을 대표하는 '허리축'으로 정착하고 싶다. 초등 시절부터 대학까지 우승을 못한 적이 없는데 프로에 와서 우승컵이 없다. 강원에서 최 감독님과 함께 들어올리고 싶다"는 다짐도 빼놓지 않았다. 허리로 고생했던 김동현이 '튼튼한 허리'로 재탄생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밀양=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