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베이징 악몽'이 또 이어졌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예상 밖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쇼트트랙의 수난에 이어 이번에는 설상 종목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에 도전하던 '배추보이' 이상호(27·하이원)의 쾌속 질주가 8강에서 허무하게 중단되고 말았다.
이상호는 8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겐팅 스노파크에서 열린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8강전에서 월드컵랭킹 22위 빅토르 와일드(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상대로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오른쪽 레드 코스를 택한 이상호는 기민한 스타트에 이어 초중반까지 무난하게 상대를 앞섰다. 그러나 마지막 가속에서 와일드에게 뒤졌다. 최종 기문을 지나 피니시라인을 통과하는 그 짧은 순간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거의 동시에 피니시라인을 통과했지만, 계측 결과 와일드가 0.01초 빨랐다. 이상호의 금메달 도전은 이렇게 노메달로 중단되고 말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은메달리스트인 이상호는 이번 대회에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출전했다. 지난 4년간 절치부심하며 준비해 온 연습 성과를 예선전부터 유감없이 발휘하며 금빛 전망을 밝혔다. 평창 대회 이후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던 이상호는 2020년 1월에는 어깨 부상으로 수술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상호는 재활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슬럼프를 극복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향해 온몸을 내던졌다. 이를 위해 스위스 고산 훈련으로 체력을 더욱 강하게 다졌고, 올림픽을 앞두고서는 플레이트(보드) 길이를 4㎝ 늘린 1m89짜리로 변경했다. 모든 노력은 베이징대회 금메달에 맞춰져 있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이상호는 예선전부터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예선 1차 시기에서 참가선수 중 유일하게 30초대(39초96) 기록으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한 이상호는 이어 열린 2차 시기에서도 40초58를 기록하며 예선 합산 1위(1분20초54)로 결선에 올랐다. 이 페이스가 유지된다면 금메달이 유력해 보였다.
16강전도 거침없었다. 이탈리아의 다니엘 바고차를 0.92초 차이로 제치고 피니시라인을 통과하며 8강에 진출했다. 8강 상대는 월드컵 랭킹 22위의 와일드였다. 올 시즌 이상호는 월드컵 랭킹 1위였다.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다.
그러나 결과는 0.01초 차이 패배. 그야말로 종이 한장 차이로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 선수단에 불운이 또 다시 드리운 순간이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