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중국)=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죄송합니다."
짧은 한마디에는 안타까움이 묻어 있었다.
쇼트트랙 혼성계주에서 넘어진 박장혁(23·스포츠토토).
한국은 5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혼성계주 준준결선에서 1조 3위로 예선탈락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충격적 결과. 박장혁은 3바퀴를 남긴 채 얼음에 날이 걸려 넘어졌고, 여기에서 한국의 탈락은 사실상 확정됐다.
각조 3위 중 가장 기록이 좋은 2팀이 준결선에 올라갈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좌절됐다.
믹스드 존에서 박장혁은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사실 그 입장에서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지난 3일 쇼트트랙 적응 훈련이 끝난 뒤 당찬 각오를 밝혔다. "많은 국민들이 불안하게 생각하실 수 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꼭 입증하겠다"고 했다.
가볍지 않으면서도 진중한, 그리고 많은 고민 끝에 나온 각오였다.
물론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하지만, 혼성계주는 수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다.
일단 거리 자체가 짧다. 4명이 2000m의 짧은 거리를 질주해야 한다. 500m 개인전에서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지만, 혼성계투 2000m는 더욱 심하다. 여기에 파워와 스피드가 다른 남녀 선수들의 터치가 이뤄진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혼성계주는 정말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어떤 팀이 우승할 지 모른다"고 했다.
실제, 우승을 차지한 중국의 경우에도 남자 에이스 우다징, 여자 에이스 판커신이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지만, 준결선에서 삐끗하는 바람에 3위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다행히 인코스 추월 도중 미국의 파울로 페널티가 주어지면서 극적으로 부활했지만, 홈이 아니었다면 준결선에서 탈락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박장혁의 경우에도 레이스 세바퀴가 남은 시점에서 준결선 안정권인 2위를 확보하기 위해 마음이 급했다. 결국, 까다로운 캐피털 인도어의 딱딱한 빙질의 변수에 걸렸고, 넘어졌다.
즉, 예선탈락의 모든 책임을 박장혁이 지고 갈 필요가 없다. 어차피 지나간 일이다. 이제부터 본격적 시작이다.
한국 쇼트트랙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2개가 목표다. 혼성계주는 충격적 탈락의 결과물을 받았지만, '충격'받을 이유는 없다. 이제부터 진짜다. 황대헌은 1000m 예선에서 압도적 기량으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예선 32명의 참가자 중 1위를 차지했다. 박장혁과 이준서도 예선 1위로 통과. 게다가 쇼트트랙 여제 최민정 역시 지난 시즌 실전감각 부족이라는 우려를 씻을 정도로 좋은 컨디션을 500m 예선에서 보였다. 주종목 1000m, 1500m가 최민정과 이유빈에게 남아있다. 한국 쇼트트랙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베이징(중국)=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