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몇개월간 야구계를 뜨겁게 달궜던 이학주의 행보는 결국 예정된 것마냥 롯데행으로 끝났다.
롯데와 삼성은 24일 '이학주와 투수 최하늘, 2023년 롯데의 신인 3라운드 지명권을 맞교환하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트레이드의 성패를 논하려면 최소 몇년은 두고 봐야한다. 지금 당장 결론내기리 어렵다. 특히 이학주가 1990년생인 반면 최하늘은 1999년생, 그리고 내년에 새롭게 뽑힐 신인은 고졸 선수일 경우 무려 2004년생이다.
하지만 트레이드가 이뤄진 시점에 팀간의 유불리를 따져보는 것도 의미는 있다. '육성 기조'인 롯데가 오히려 현재에 초점을 맞췄고, 지난해 리그 2위를 차지한 삼성이 미래를 바라본 점이 이색적이다.
이학주는 데뷔 첫 시즌 이후 드디어 1군 풀시즌에 도전할 기회를 얻었다. 2~3년차즌에 각각 64경기, 66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다. 워크에식 등 팀내 부정적 이슈가 거듭 불거지며 더 기회가 주어지기 힘든 상황. 반면 롯데는 주전 유격수 자리가 비어있다.
올해 4월말~5월초 2경기 연속 홈런을 쏘아올렸던 이학주는 거듭된 실책 속 5월말 2군으로 내려갔다. 퓨처스를 폭격하며 무력 시위를 한 끝에 7월초 1군에 복귀했지만, 잦은 연습 지각, 내규 위반을 지적당했다. 8월에는 35타수 3안타(타율 0.086)의 부진에 빠졌다. 9월에도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며 꾸준히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고, 결국 9월 18일 2군으로 내려간 뒤 햄스트링 부상까지 겹쳐 복귀하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엔트리에도 이학주의 이름은 없었다.
김지찬과 오선진은 전문 유격수라기엔 아쉬움이 있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은 이학주 대신 김지찬과 오선진을 유격수로 기용했다. 이어 신인 드래프트에서 이재현과 김영웅을 뽑았다. 김도영(KIA)와 더불어 프로 스카우트들이 첫손 꼽은 1군 무대 즉시전력감 유격수들이다. 삼성의 현재에도 미래에도, 이학주의 설 자리는 마땅치 않았다.
해외파의 이름값, 노시환(한화) 송명기(NC) 정우영(LG)보다 먼저 뽑은 2019년 신인 1라운드픽의 무게감을 감안하면 이학주를 마냥 쓰지 않는 것은 큰 손해다. 쓰지 않을 선수를 방출 없이 두는 것도 여론이 부담된다.
하지만 삼성은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이학주를 내보냄과 동시에 '다다익선'인 투수와 신인지명권을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신인 드래프트의 경우 올해부터는 전면 드래프트로 바뀐다. 2023년 신인 3라운드 지명권은 예년의 2차 2라운드에 해당한다. 삼성으로선 손해를 최소화하며 지명권을 회수한 모양새가 됐다.
결과적으로 삼성보단 롯데가 더 간절했던 셈이다. '주전급 유격수'가 꼭 필요했다. 김세민 등 무려 5명의 신인 유격수를 지명했지만, 당장 올해보단 장기적인 육성 대상이다. 이들의 성장시간을 벌어줄 선수가 반드시 필요했다.
이학주는 거기에 걸맞는 선수다. 클래스를 되찾는다면 두말할 나위가 없고, 최소한의 기대치라 해도 아직 풀시즌 주전 유격수로 뛴적 없는 김민수와 배성근을 위한 보험이 될 수 있다. 1m90의 큰 키를 자랑하는 투수 최하늘과 신인 3라운드 지명권이 아쉽지만, 해볼만한 도박이었다.
성민규 롯데 단장은 "이학주 트레이드가 오래전부터, 혹은 마차도와의 재계약 결렬을 앞두고 미리 합의했을 거라는 얘기가 계속 나온다. 전혀 아니다. 지난주부터 급물살을 타면서 논의가 빠르게 진행됐다"면서 이학주에게 2번째 기회를 주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이학주는 유격수는 물론 롯데에 부족했던 왼손 타자와 주루까지 한방에 보강할 수 있는 카드였다. 그간의 부정적 이슈와 지난해 부진을 잊고 야구에 집중하는 일만 남았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