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한화 마운드의 맏형 정우람(37)은 자신보다 팀을 더 우선시 하는 선수.
뻣 속까지 진심이다. 사비를 털어 후배 임준섭, 영건 선발 후보 김이환 김기중과 함께 제주에 미니캠프를 차렸다. SK 시절 절친 후배인 빅리거 김광현과 합동 훈련으로 '선발투수'로서의 루틴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훈련장소였던 서귀포 강창학야구장에는 류현진도 있었다.
보름 넘는 기간. 붙박이 선발을 노리는 후배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이 됐음은 물론이다.
정우람은 "내가 불펜 투수라 선발 쪽에서 많은 걸 알고 있는 선수들(김광현 류현진)을 보고 많은 걸 배워가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주 전공 불펜 후배 챙기기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자신이 맡았던 마무리를 이어받을 후배 성장에 진심이다. "작년은 제가 마무리의 모습 아니었잖아요. 감독 코치님과 폭 넓은 대화를 나눴고, 어린 선수들도 경험을 쌓아나가야 할 때 아닌가 싶어요. 가능성 있는 선수들과 함께 경쟁하면서 키워갈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대표적인 선수가 수베로 감독이 마무리 후보로 꼽은 좌완 파이어볼러 김범수다.
그에게 정우람은 롤 모델이다. 글러브를 탁 치며 피칭하는 모습까지 배운 터다.
"범수는 호기심이 많아서 많이 물어보는데 저와는 피칭이 다른 스타일이라 존중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풀타임 경험이 많지 않으니까 부상으로 낙마하지 않고 시즌 끝까지 가보자고 말했어요. 작년 1년을 잘 버텨줬고, 올해도 작년보다 더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임할 거라 기대합니다."
대선배는 기술적 부분보다 정신적 부분에 대한 딱 한마디 조언을 던졌다.
"이제 본인도 욕심을 낼 나이고, 보직에 대해서도 생각할 텐데 그럴 때일수록 보직 욕심을 버리라고 말하고 싶어요. 마무리나 승리, 홀드 등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오로지 경기 수에만 집중했으면 싶어요. 지난해 풀타임 가까이 해봤으니 어떤 상황에 나가든 지난해를 뛰어넘는 최대한 많은 경기 나가는 걸 목표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폭발적 성장을 하는 선수들에게 급제동이 걸리는 순간. 의욕이 욕심으로 변할 때다. 타인과 싸움이 자신과의 싸움으로 변하는 순간,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된다.
지옥에서 구해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 김범수. 과연 그가 대선배의 기대대로 평정심 속에 클로저로 폭풍 성장할 수 있을까. 2022년 한화 마운드의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