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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의 '투샷' 홍명보 감독과 박주영이 연출할 '라스트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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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10년 전이었다.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은 2012년 런던올림픽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로 스트라이커 보강이 절실했다. 당시 아스널에서 뛰던 박주영을 염두에 뒀다. 그러나 박주영이 병역 연기 논란에 휩싸인터라 결정은 쉽지 않았다. 결국 선택은 정면돌파였다. 박주영이 기자회견을 열었고, 홍 감독이 동석했다. 홍 감독의 말 한마디에 논란은 사그라들었다. "주영이가 군대를 안 간다고 하면 내가 대신 간다고 말하려고 나왔다."

둘의 첫 번째 만남은 '해피엔딩'이었다. 박주영이 마지막 매듭을 풀었다. 숙적 일본과의 동메달결정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리며 한국 축구에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연출했다.

2년 후 두 번째 재회는 '새드엔딩'이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홍 감독은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가 적었던 박주영을 다시 한번 중용했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조별리그 탈락으로 쓸쓸하게 발길을 돌렸고, 둘을 향해 비난의 화살에 마음고생도 심했다.

더 이상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사제지간의 인연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홍 감독이 37세의 박주영을 품었고, 2022년 둘의 '시즌3' 마지막 여정이 시작됐다.

홍 감독은 19일 울산 현대의 동계 전지훈련이 펼쳐지고 있는 경남 거제 한 호텔에서 박주영의 입단 기자회견에 함께 했다. "10년 전 투샷하고 분위기가 다르지 않나요." 홍 감독의 첫 멘트에 기자회견장이 '빵' 터졌다. 잔뜩 긴장한 박주영의 입가에도 미소가 흘렀다.

박주영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FC서울과 결별했다. 홍 감독은 "마지막으로 열심히 신나게 뛰고 은퇴하겠다는데 그 정도는 같이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통 큰'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박주영도 솔직했다. "감독님께 부담을 드리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씀을 드렸다. 감독님이 흔쾌히 받아들여줘 감사한 마음이 크다."

홍 감독의 말대로 박주영의 현역 생활이 얼마남지 않았다. 2022시즌이 마지막일 수 있다. 박주영도 "개인적으로 막바지라고 생각한다"며 "지난해 마지막 거취를 생각했을 때 그렇게 마무리하는 것보다는 한 번 더 재밌고, 신나게, 후회없이 선수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런 쪽으로 마음이 기울다보니 조금 더 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감독님이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 목표를 위해 나도 시즌을 잘 보내야 한다. 각오를 새롭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은 오세훈, 외인 공격수에 이어 박주영을 '넘버3' 스트라이커로 생각하고 있다. 또 팀의 젊은 선수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믿고 있다. 홍 감독은 "지금까지 해온대로 잘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부담갖지 말고 들어가서 제일 잘 할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들어 놨을 때 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팀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 득점에 대한 부분도 잘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마지막 도전을 시작한 박주영의 표정에는 생기가 가득했다. 공식 회견 후 기자들과 따로 만나 추가로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동료들이 생각보다 유니폼이 잘 어울린다고 말해줬다." "처음 왔는데 (FC서울 후배) 윤일록이 방으로 늦게 인사를 왔다. 그래서 '미쳤냐'고 말했다."

박주영의 말을 전해들은 이청용도 웃었다. 그는 "난 호텔 로비에 나가 인사를 했다. 나밖에 마중을 안 나왔더라"며 "올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지만, 주영이 형 온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기뻤다. 팀내 대부분의 선수들이 친분이 있고,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현 시점에서 울산하면 떠오르는 인상은 '만년 2위'의 설움이다. 홍 감독과 박주영의 '라스트댄스', 그 무대가 막 열렸다. 둘의 머릿속은 오로지 울산의 우승 뿐이다. '시즌3'의 결말이 어떨지도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거제=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